▲이현정 시민기자
이현정
저는 가끔 사무실에서 '진상'을 떱니다. 컴퓨터 앞에서 질질 눈물을 흘리는 거죠.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처럼 위장해 보지만 눈물은 쉬이 멈추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제일 곤란한 때가 바로 이때입니다. 기사 편집하다 말고 울보 되기.
얼마 전 이현정 시민기자가 쓴
<삼성전자 입사 후 3년 생리가 끊겼다, 그리고...> 기사도 그랬습니다.
저보다 한 살 어린 한혜경씨는 삼성전자 입사 후 생리가 끊겼습니다. 그리고 뇌종양 수술을 받고 시력과 보행, 언어에 장애가 생겨 장해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불승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요즘 같이 좋은 봄날 혜경씨는 엄마와 함께 녹색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입니다. 걸어서 병원을 나가겠다면서요. 삼성과의 싸움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삼성 직업병'은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GNP의 20%를 차지하는 삼성과 벌이는 싸움, 많은 사람들은 '해보나 마나 끝은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지 않고 외면하거나 냉소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쌍용자동차나 용산 참사처럼요.
이현정 시민기자는 한혜경씨처럼 아픈 분들 옆에서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현정 시민기자에게 몇가지 물어봤습니다.
☞ 이현정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기- 한혜경씨 후원 음악회 소식이 궁금하다. 지난 4월 27일에 열렸는데 많이들 오셨나?"녹색병원 환자분들과 보호자들, 시민 300여 명이 오셨다. 많이 오신 거다.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음악회가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다들 일 끝내고 보러 오셨다. 음악회 중에 혜경씨와 어머니가 서로에게 편지를 읽어주는 순서가 있었다. 그때는 눈물도 흘리시고 약간 무거워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희망을 주는 분위기였다. 서로 다독거리고."
- 첫 기사가 나간 후에 후원금이 많이 들어왔다고 후속기사에 썼더라."혜경씨 어머니께서 통장 정리를 하는데 심장이 떨렸다고 하시더라. 기껏해 봐야 통장에 장애연금 지급이나 통신비 출금 등만 찍히는데 계속 드르륵 거리면서 찍히니까. 4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그 중에는 100만 원을 보내신 분도 있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분이었는데... 액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100만 원이 그냥 보낼 수 있는 돈은 아니니까."
- 이렇게 호응이 클 거라고 예상했나?"전혀 예상 못했다. 후원 음악회를 준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가늠이 되질 않더라. 정말 후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 호응도 많았지만 기사에 나쁜(?) 댓글도 달리기도 했다."산업재해 인정 싸움 하면서 가장 힘든 게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왜 너희들만 아프냐'는 말이다. 삼성에 가면 다 병 걸리냐, 이런 말들 많이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산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사람들이 다 다르듯이 똑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사람은 아프고 어떤 사람은 아프지 않은 건데 그걸 문제 삼는다. 직업병 환자 가족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해 봐야 안다고. 가족 중 누구 한 명이 반도체 공장 들어가서 일해 봐야 그 심정을 안다고."
- 동영상에 담긴 혜경씨 모습이 참 씩씩해 보였다. "혜경씨는 뇌종양 수술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몸이 힘들면 마음도 힘들 텐데 99%는 밝고 건강하다. 그리고 '나는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늦게까지 일하고 있으면 혜경씨가 되레 밥 먹었냐고 물어보고 밥 꼭 챙겨 먹으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