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도서관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벽, 그 앞에 늘어놓은 아이들의 소원 줄. 거기 이런 꿈도 하나 적혀있으려나? "햇살 찬란하게 비추는 어느 날, 철수와 여기서 책읽으며 놀고 싶어요. 영희."
최방식
조안(鳥安) 마을은 그리스 신화 속 물(바다)의 요정 사이렌이 왜 반인반조(半人半鳥)였는지를 이역만리 떨어진 한반도에서 강변(?)해주는 곳입니다.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을 마감하고 '길고 긴 귀향길'을 돌아 페넬로페 품에 안기는 여정 한 가운데 자리한 게스트하우스 같기도 합니다.
오디세우스 전설 간직한 '조안' 지나뿌연 물안개, 아련한 유혹이 밀려오는 거기. 바로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구절양장 남·북 한수가 만나는 자리입니다. '바람난'이 아니어도 늘 찾고 싶은 곳. 호반 한 가운데 느티나무 한 그루와 벤치가 고즈넉한 두물머리. 양평의 서쪽 끝, 서종면(西宗). 거기서 친구 한명과 동행합니다.
한 많은 '왕의 여인'의 애처로움이 깃들었다는 부용산 자락을 굽이굽이 돌고 수능리 어딘가를 지나 마침내 당도한 정배리. 마을 한 가운데 느티나무, 그 아래 작은 사각 건물. 솥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는 마을 정배(鼎排)의 사랑방이자 도서관인 '배꼽마당'에 당도했습니다.
기자가 이 마을을 찾은 건 배꼽마당의 백영화 대표를 만나려는 것입니다. 여행생활협동조합(여행생협)을 올해 말까지 설립하겠다며 띄운 추진위의 홍보누리집인 다음(포털) 카페 '여행생협'에 참여하고 싶다는 글을 남기고 "한 번 찾아오라"고 해 방문한 것입니다.
기자들의 못 된 습성 중 하나를 들자면 '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 사흘 전에 문자(전화)로 "놀러가도 되나요" 한마디 해놓고 "오늘은 안 되는데..."라며 황당해 머뭇거리는 상대편 심사 깡그리 무시하고 "그럼 목요일 가겠다"고 한 게 출타의 이유, '강요된 초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