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을 함께 찾은 노장들2010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1년 동안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에 거행된 ‘4대강 파괴사업 중단을 위한 생명평화미사’에 꾸준히 함께 했던 노장들 3명이 지난 2월 20일 제주 강정마을에도 함께 갔다. 70대 중반이신 최종대 선생과 나보다 한 살 위인 이광원 형은 그 후에도 여러 번 제주를 갔고 지금도 제주에서 고생을 하고 계신데, 나는 집을 떠나지 못해 죄스러운 마음 크다.
지요하
나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다. 그러므로 <동아일보>는 내 '모지(母紙)'인 셈이다. 한때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인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1975년 유신정권 치하에서 <동아일보>가 '광고탄압'을 받을 때 용돈을 털어 여러 번 '격려광고'를 내는 등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나름껏 최선을 다했던 일들을 내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해왔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배반과 변신을 뼈아프게 확인해야 했다. <조선일보>를 충실히 따라가는 반 언론적인 태도에 실망한 나머지 구독을 끊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동아일보>는 '조중동'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조중동 프레임'에 스스로 완전히 갇히고 말았다.
서울시장과 부총리를 역임했던 조순 선생은 일찍이 "조중동은 그나마 중학교 3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한국 사회를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게 어디 신문인가?"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의 대하소설을 잇달아 생산해 한국문학의 대들보가 된 조정래 선생은 "우리 사회의 슬픔과 비극은 '조선' '동아' '중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언론시장의 70% 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해결할 수 없는 비극"이라는 말을 했다.
또 정치학박사로 통일문제 전문가인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한국의 보수언론은 미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바라본다. 특히 '조중동'은 객관성과 국익을 뛰어넘는 매국적인 보도를 하는 신문들"이라고 수구 족벌언론들의 속성을 꿰뚫은 바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비극은, 바로 그런 부정적이고 퇴행적인 속성들이 수구 족벌언론들의 최대 무기라는 점이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묶어놓는 것, 편파적이고 매국적인 보도, 진실을 호도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자의적인 보도 태도가 오히려 그들의 수구 족벌체재를 지탱시켜 주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들은 반 언론적인 속성으로 언론시장 70% 장악을 계속 유지한다. 조정래 선생의 한탄처럼 해결할 수 없는 이 비극은 우리 사회를 대단히 비이성적인 사회로 만들었다. 그런 언론이 판치는 세상에 정의란 존재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구 족벌언론의 주술에 중독되고 '마법의 성'에 갇혀 수구 족벌언론의 프레임 안에서 세상을 보고 판단한다.
진실과 정의는 언제나 여벌이다. 본질과 본령에 대한 통찰의 눈을 갖지 못한다. 전후좌우에 대한 분별력도 없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종합적인 혜안은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수구 족벌언론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고정되고 한정된 견해와 사고방식을 고수한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먼저 판단과 정의를 내리고 본다. 그런 고정관념은 편견으로 이어지고, 편견은 손쉽게 사실을 과장시키거나 왜곡시킨다. 거기에서 혐오감이나 차별 같은 나쁜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
수구 족벌언론에 의해 형성된 우리 사회의 도그마는 난공불락의 위용으로 국민의 삶을 지배한다. 사회든 개인이든 수구 족벌언론의 퇴행적인 언어의 세계에 머물면 그 자체가 심각한 정신질환이 되는 현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