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7각 경기.
이정민
초등학교 운동회라.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아련한 추억과 정겨움이 물씬 풍겨나는 그 시절의 회상에 또 절로 웃음이 납니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 '국민학교' 시절엔 참 재밌고 우스꽝스런 에피소드들이 참 많았던 것 같네요. 아직 30대 후반인 저도 그러한데 저보다 연배 높은 선배님들은 더하겠지요. '격세지감'이라 했듯 갑작스런 많은 변화로 '제3세대'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잠시 저희 운동회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라는 친구들의 함성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엔 친구였지만 이날만큼은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에 목이 쉬었던 그날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또한 밀가루로 그려진 청백계주 트랙, 누구보다 예쁘게 보였던 응원단장 여자친구, 계주 뛰던 친구 엄마가 넘어져 울던 사연 등등 모든 게 정말 눈앞에 선해집니다.
그밖에 인간 탑 쌓기, 훌라후프 집단율동, 줄다리기 등 지금 생각하면 마치 북한의 매스게임과 비슷한 놀이들을 많이 했던 것으로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손 등에 찍어주던 1·2·3등 확인 도장, 점심이면 온 가족이 모여 김밥과 청량음료를 나눠 마셨던 모습, 학교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솜사탕 아저씨와 떡볶이 아줌마, 엄하기만 했던 선생님들이 넘어지고 울던 정겨운 현장들이 첫사랑의 떨림처럼 새롭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