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문학관 뒷편 전경이병주 문학관 뒤편의 전경이 평온하다. 먼 산 봉우리가 둥글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편안함을 안겨주는 것 같다. 봄볕을 감지한 초목들이 움을 티워 연초록 세상으로 물들이고 있고, 꽃은 피토하듯 붉음을 토해 내고 있다.
최종술
봄의 녹음에 마음까지 녹아드니그동안 관심조차 둘 수 없었던 풍광들이 창을 넘어 나의 시야에 들어 왔습니다. 들도 지나고 도심도 지나고, 산도 지나고 공장도 지나갔습니다. 밭도 지나고 작은 마을도 지나갔습니다. 뙤약볕에 차잎을 따는 인부들도 지나고 과수원도 지나갔습니다. 같은 도로로 달리는 차들도 지나갔습니다.
자가용 운전을 하다보면 앞의 교통상황에만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잖아요. 대형버스에 몸을 실으니 이렇게 세상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여행이 가져다주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 속의 삶의 질곡들이야 알 수 없지만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그들(자연과 사람)의 삶을 조금이라도 읽고 싶었습니다. 자연 광경을 보노라면 늘 느끼는 일이지만 참으로 조화롭다는 느낌입니다. 인위적인 작위(作爲)로 꾸미려들면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얼마나 많은 고민이 필요할까 생각하면 생각의 끝을 가늠할 수가 없지요.
느닷없이 어두컴컴한 터널 속으로 버스가 빨려 들어가는 시간에는 이 모든 풍광들의 찬란한 빛이 일시적으로 차단됩니다. 나와 공간 그리고 터널에 설치되어있는 희미한 조명만이 있는 것이죠. 화려함과 단조로움의 대비라고 해야 할까요?
긴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어김없이 햇살처럼 아름다운 녹색 빛들이 나의 시야로 쏟아져 들어 옵니다. 봄! 그 찬란한 빛이 말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새순이 돋은 가지에서 뿜는 녹색 빛은 나의 마음까지도 녹색으로 스미어 듭니다.
봄길 따라 문학기행 지난 4월 28일, 경북청도도서관에서 주최한 이용자들의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여행에 "봄길 따라 문학기행"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동지역이었는데요. 먼저 <지리산>으로 유명한 소설가 이병주 문학관을 먼저 찾았고요. 다음은 박경리의 <토지>의 배경으로 나오는 평사리문학관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쌍계사를 다녀왔죠.
날은 참 좋았습니다. 화창한 봄날이었죠. 아니 거의 초여름 날씨만큼 더웠다고하는 표현이 딱 맞겠네요. 단체여행이라 45인승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미취학 아이부터 시작해서 일흔이 넘은 어른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습니다. 희한하죠? 이렇게 다양한 계층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거지요. 문학이라는 공통점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을 실은 버스는 신나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버스 안에는 청도도서관의 독서동아리인 도향독서회와 연어이야기 회원들과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장난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군요.
아이들도 어디로 떠난다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해도 먹고 살기가 쉽지 않은 시골생활이라 여행을 고작 외갓댁에 어머니 손잡고 가는 일이 전부였는데, 그 것도 버스를 타고 가는 호사는 아예 생각도 못했죠. 산길을 돌아 자갈이 가득한 마른강을 건너, 햇살이 많은 날이면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으며 가곤했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고개를 외면해 버릴 겁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보다 더 이상한 이야기로 생각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