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분동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광산과 시멘트공장에서 발생하는 분진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진희정
영월과 제천·단양에 이어 삼척시에서도 진폐 환자가 집단으로 확인됐지만, 주민들을 비롯해 지역사회 내 관심이 낮은 이유에 대해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이붕희 사무국장은 "지역현안을 파고들만한 시민단체 자체가 부족하고, 현재는 신규 원전 부지 선정 문제에 지역여론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척은 경북 영덕과 함께 신규 원자력 발전소 후보지로 선정돼, 원전 증설의 필요성과 선정 절차상 문제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붙은 상태다.
시멘트공장 주민피해조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2008년 해당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한 민관협의회 역할을 삼척에서 담당했던 삼척시번영회조차 이번 건강조사 발표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우현각 삼척시번영회 회장은 "탄광이나 석회석 피해, 원전설립 문제 등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활동해 왔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피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안에 매달리고 있어 미처 챙기지 못했다"며 "이번 조사로 피해가 드러난 사람들 말고도 내용을 모르고 있는 주민들을 찾아 지역 내에서 관심을 환기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척에서 나고 자라 평생 뱃일을 했다는 김인구(59)씨는 4·11총선에서 시멘트공장 피해 문제가 쟁점화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강원도가 워낙 석회석 광산이나 탄광이 많은 지역이라 아무래도 그 피해가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부가 실제로 조사해서 이렇게 밝혀진 사실은 몰랐어요.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크게 터지니까 지역에서 모두가 그 얘기뿐인데, 이런 게 왜 이슈가 안됐나 모르겠네. 요번 총선 후보자들도 죄다 원전 유치 반대한다고만 했지 이 얘기는 없던데…"제천 시멘트공장피해주민대책위원장 박광호씨는 "삼척지역 안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조사가 이뤄진 제천·단양이나 영월과 앞으로 진행될 동해, 강릉 등 지역주민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피해주민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제천환경운동연합 김진우 사무국장은 "치료방법이 별도로 없는 진폐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감기만 걸려도 몸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고 환경이 쾌적해야 한다"며 "특히 노인이나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서 많이 나타나는 시멘트 피해 사후관리 예산으로 2억6천만 원만 배정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 안으로 강릉과 동해 시멘트공장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로 연구를 진행할 기관을 선정하는 중인데, 2010년 제천·단양과 이번 삼척 조사를 담당한 김헌 교수는 이후 조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은 "삼척을 포함해 앞선 조사에서 누락되거나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이 더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조처도 필요하다"면서 "조사내용이 복잡하고 방대한 만큼 지금까지 연구를 진행했던 기관들이 나름의 노하우를 쌓았을 텐데, 앞으로 진행될 조사는 다른 기관에서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