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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좁쌀 한 톨에 온 우주가 들어있다'고 했다. 햇살과 바람과 비와 흙과 농부의 손길이 가장 적절하게 작용함으로써 생명을 품은 좁쌀 한 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작은 좁쌀 한 톨에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언제 봄이 오나 싶더니만 나목투성이었던 산에 연록의 새싹이 무성하다. 그 연록의 색도 한가지 색깔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색이다. 그 사이사이 벚꽃과 복사꽃이 어우러져 연록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딱딱한 나무줄기에서 연한 새순이 올라온다는 것은 기적이다. 기적은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늘 함께 있다고 나는 고백한다. 꽃 한 송이 피어나는 것도 기적이며, 똑같은 햇살과 바람과 비와 흙에 기대어 저마다 다른 색깔의 꽃을 피워내는 것도 기적이다.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따스하다. 자연은 우리가 배운 교과서와는 다르다. 적자생존이 아니라 더불어 삶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살아간다. 사람도 본래 그런 존재였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본래 그런 존재임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그런 이들이 잘나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길게 보면, 결코 그들이 잘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알면, 조금은 삶이 부드러워지고 넉넉해진다.
흔하던 것들이 흔치 않은 시절을 살아간다. 몇 해 전부터 꿀벌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싶었는데, 올해는 여지껏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자연에 둔감하던 이들도 "올해는 꿀벌이 보이질 않아요"라고 한다. 많은 이유가 있을 터이다. 혹자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에게 닥칠 재앙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 재앙을 피하기 위해 우리 인간은 휴대전화를 포기할 수 있을까? 길들여진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휴대전화가 일상화된 것이 언제라고, 이젠 없으면 못 사는 시대가 되었는가?
좁쌀 한 톨, 꽃 한 송이, 이슬 한 방울, 돌멩이 하나, 나무 한 그룻, 아주 작은 사람... 모두 삼라만상 온 우주를 품고 있는 존재다. 더불어 살면, 우주의 질서대로 살아갈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시대가 아픈 이유는 그 더불어 삶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일상이 되면 작고, 느리고, 못생기고, 약하고, 천한 것들이 귀하게 여김을 받는다. 누군가 함께 해줘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것들, 용기를 복돋워주고 붙잡아 주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온전해 져야 비로소 온전한 충만이 이뤄지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충만은 '텅 빈 충만'이라고 한다.
저마다 다른 색깔, 다른 모양, 그러나 해마다 같은 모양으로 피어나는 들풀과 풀꽃은 시(詩)이며 노래다. 자기와 다른 꽃을 피우기에 어우러지고, 자기와 다르기 때문에 함께 한다. 어느 것끼리 함께 두어도 어울리지 않는 법이 없다.
남을 시기하는 법 없이, 자기를 피워내되, 뽐내거나 기죽지 않는 삶, 얼마나 멋진 삶인가?
꽃 한송이 피어나는 과정에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피어난 꽃도 있지만 단 하루의 햇살도 만끽하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한 꽃들도 있고, 아예 뿌리째 뽑혀져 이 땅에서 영영 사라진 꽃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