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받는 중새끼손가락 물리치료 중
고기복
운동하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꺾이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엑스레이를 촬영한 결과 뼈를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금방 낫겠거니 생각했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사나흘 정도 계속해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거라고 했었습니다. 보름도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
새끼손가락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새끼손가락이 어딘가에 닿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손이 붓고 통증이 심해서 책상 위에 가만히 손을 얹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들고 오는 결재 서류에 서명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었고, 몇 번인가 식사 시간에 들고 있던 젓가락이 힘없이 떨어져 민망할 때도 있었습니다. 양반다리를 하고 있다가 의식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다쳤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도 통증이 크지 않았습니다. 사실 독수리 타법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자판을 두드릴 때 열 손가락을 다 쓰지 않는 처지라 새끼손가락을 쓰지 않는다 해도 크게 문젯거리가 될 게 없었습니다. 지금은 처음 다쳤을 때와는 달리 붓기가 가라앉고 손가락 마디마디에 검게 들었던 멍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끼손가락을 완전히 구부릴 수가 없습니다. 끝까지 구부려 보려고 왼손으로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살짝 누르면 심한 통증이 찾아옵니다. 여전히 세수할 때마다 다섯 손가락을 모아 물을 떠 올리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손가락이 모이지가 않고 구부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악수를 청하면 오른손을 받쳐서 살짝 잡도록 유도하지만, 내 뜻과는 달리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악' 소리가 나며 저절로 무릎이 굽혀집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세월이 약이겠거니 하는 심정으로 손가락을 다 구부릴 수 있는 날이 있기를 기대하며 물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보름이 넘도록 물리치료를 받으며 드는 걱정은 '혹시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나친 엄살일지 모르지만, 2주 동안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는 것을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걱정이 들더군요.
고작 새끼손가락 하나가 구부려지지 않는 것도 이토록 불편한데, 온몸이 굳는 고통은 어떨까요? 몸이 점점 굳어가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처를 할 수 없는 부모 마음은 또 어떨까요? 여기 온몸이 굳어가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