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가 올라온 모습. 가장 연약하지만 가장 강합니다
김동수
지난 가을 가을걷이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볍씨를 담그고, 나락(벼) 싹이 나 모판에 옮겨야 했습니다. 쌀미(米)를 풀면 '팔(八)+팔(八)'입니다. 쌀 한 톨이 사람 입에 들어 올 때까지 88번 농부 손길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옛날과 달리 모내기는 이양기, 벼 베기는 콤바인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 손품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손품이 들어가야할 때가 많습니다.
부드러움과 연약함이 강함을 이겨지난 월요일(23일) 볍씨를 모상자에 뿌린 후 닷새가 지나자 싹이 났습니다. 모가 더 자라면 안 되기 때문에 모판에 빨리 옮겨야 합니다. 모는 파릇파릇한데 첫 순은 흰 빛깔을 띕니다. 신기하고 놀라운 것은 모상자를 15단~20단까지 쌓는데도 모는 부러지지 않습니다. 가장 연약한 것이 가장 강한 것이고,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는 걸 모가 증명합니다. 싹난 모를 보면서 강함이 이긴다는 논리가 얼마나 헛점이 많은지 자연스럽게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