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군사도발보다 가능성 높아
연평도 폭격 식의 도발은 하지 않을 것"

[인터뷰①]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학 교수..."MB에게 대북정책 맡긴 건 실수"

등록 2012.04.29 15:39수정 2012.04.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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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한국학 연구소장)
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한국학 연구소장)최경준


로켓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정말 핵실험을 강행할까?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북한 연구의 차세대 선두 주자로 꼽히는 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김정은 치하의 북한으로서는 다시 한 번 스스로 그들의 나라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할 필요가 있고, 로켓 발사 실패도 상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늦어도 금년 안에 제법 신속하게 (핵실험을) 할 것 같다"면서 "그러나 남한에 대해 (2010년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군사도발까지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군사도발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박근혜나 누가 대통령 되도 MB보다 덜 강경"

암스트롱 교수는 또 "오바마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게 대북정책을 아웃소싱 해버렸고, 이는 중대한 실수였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확실히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북정책 결정에 (2012년) 남한 대선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 대선보다도 중요하다"며 "남한에서 박근혜(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나 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덜 강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스트롱 교수와의 인터뷰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암스트롱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중 일부이다.

- 북한의 로켓 발사는 실패했고, 2.29 북미 합의도 파기됐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로켓 발사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로켓 발사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위원장과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됐다는 사실이 김 위원장 스스로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데 더 중요했다. 물론 로켓 발사 실패가 김 위원장에게 딱히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 내부 권력구조의 관점에서는 그리 재앙적인 일도 아니다. 국제사회의 반응, 특히 미국의 반응이 더 지대한 문제이다.


2.29 북미 합의 1주일 후인 3월 초부터 뉴욕에서 그 합의에 대한 토론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북한 외교관들과의 비공식 회합이었는데, 북한 측은 미국과의 관계개선 전망, 그리고 2·29 합의에 크게 고무되어 있었다. 미국 측도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해 북한과 협상을 다시 시작할 의사가 있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이 로켓발사를 결정한 것은 서로 모순적인 정책과 그 정책 목적이 빚은 결과였다. 이 모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만들어놓은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북한의 오래된 숙원이지만,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싶어했다. 이 두 가지 목적은 서로 모순적이다. 결국 모든 것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미국이 비상 식량 원조를 취소한 것은 참으로 불행한 결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하지 말라는 여러 압력을 받고 있을 것이다.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북미관계에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다."

"미국, 북한 로켓 발사 2·29 합의 이전에 알고 있었을 것"

- 사실 미국은 2.29 합의 이전부터 이미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것으로 알고 있지 않았나.
"미국이 미리 알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실 그 점이 의아하다. 내가 접촉한 미국 외교계 인사들은 로켓 발사에 모두 놀란 반응을 보였다.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로켓 발사 계획을 알고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국이 오판으로 인해 실수를 했거나 2·29 합의가 실패하기를 바랐다는 것인데, 후자라면 애초부터 협정을 합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북미 간 협정을 맺었는데, 미국이 아닌 북한이 그것을 어겼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그것도 가능한 이야기이다."

- 그렇다면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 소위 '인내의 정책'은 실패한 것 아닌가? 북한의 로켓 발사도 막지 못했고, 곧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그렇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인내의 정책은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정책이다. 사실상 오바마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게 대북정책을 아웃소싱 해버렸다. 남한이 주도권을 쥐게 한 것인데, 중대한 실수였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확실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오판과 희망사항의 연속이었다. 오바마 정부 하의 미국은 한반도에 그리 집중하지 않았다. 이로 말미암아 대북정책을 아웃소싱 한 것이다.

오바마 정부 주관심사는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특히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문제였다. 오바마 정부 초기에 북한에 모종의 제스처를 취했으나, 북한이 신속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 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고, 남북관계는 극히 악화됐다. 아마도 2010년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후 남북관계는 50년 만에 최악의 관계로 들어섰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등한시했고, 이를 매우 보수적인 남한 정부에 맡겨버렸다."

- 미국이 북한 문제를 남한에 일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처음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 다른 방식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을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처럼 남한 정부가 모든 과정을 결정하게 하지는 않았다."

- 김대중·클린턴 전 대통령 사이에는 북한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있었지만, 이명박·오바마 대통령 사이에는 그런 합의가 없이, 그냥 남한 정부에게 모든 주도권을 넘겼다고 느껴지는데.
"오바마 정부는 북한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조만간에 스스로 해결될 문제라고 본 것 같다. 그것이 인내의 정책의 본질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다. 연속적으로 발생한 위기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2기 행정부 역시 북한에 대해 같은 자세를 취할까?
"그런 탓에 나는 한반도와 그 주변국가 — 러시아,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 - 의 정부교체 움직임 가운데 남한 대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남한만이 (주변국의) 대북정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의 남한 주도는 미국의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남한 정부의 정책결정이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결정에 지대하게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 미국 정부가 향후 영구적으로 대북정책을 남한 정부에 맡기는 것도 가능한가?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비로소 이번에 (2·29 합의로) 북한에 대한 행동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재앙적이었다. 정치적 재앙 아니었나. 다음에는 보다 신중할 것이다. 만약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해 미트 롬니가 대통령이 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우파로부터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해지라는 압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남한에서 박근혜(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나 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덜 강경할 것이다. 그래도 긴장요소가 있겠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오바마 정부의 수동적 대북문제 접근에 적잖이 놀랐었다. 한마디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남한이 대선 이후에도 미국의 대북정책을 이끌기가 쉽다. 이미 오바마 정부에서는 한국통이라고 할 수 있는 참모가 사퇴했다. 2기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을 포용하는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을 것 같다."

- 사퇴했다는 지한파 참모의 이름을 밝혀 달라.
"밝힐 수 없다. 한반도를 잘 알고, 포용정책을 지지하던 바이든 부통령의 참모였다. 남한에서 민주통합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포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또한 오바마 정부와 관계를 긴장시킬 수도 있다.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북정책 결정에 남한 대선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 대선보다도 더 중요하다."

"북 핵실험, 늦어도 금년 안에 제법 신속하게 할 듯" 

 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한국학 연구소장)
찰스 암스트롱(49) 컬럼비아대학 역사학과 교수(한국학 연구소장)최경준
- 북한이 최근 공표한 것처럼 군사행동까지 감행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핵실험은 강행할 것이다. 그러나 남한에 대해 군사도발까지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지 않기를 희망한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은 고립된 사건이고, 일정한 패턴의 일부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북한은 이러저러한 레토릭을 구사하고 있다. 새로운 젊은 지도자가 들어섰고, 강력한 언사를 구사하여 그의 위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강력한 군사지도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그 목적은 이미 성취됐다. 그래서 다시 그런 식의 도발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 단계는 핵실험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 북한이 핵실험을 언제 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늦어도 금년 안에 할 것 같다. 제법 신속하게. 미국과 한국, UN 등은 이에 흥분하면서 또 다른 대북제재를 추가하려고 할 것이다. 6자 회담이 다시 시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6자 회담의 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장차 중요한 것은 북미 간의 직접대화다."

- '북미 간의 직접대화'란 남한을 배제하고 한다는 것인가?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북미 회담을 의미한다. 남한은 북미 대화에 간여해야 한다. 그러나 북미 현안 일부는 양자 간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모든 것이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달렸는데, 남북, 중국, 미국의 4자 회담도 필요할 것이다.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한국전쟁을 종결할 강화조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6자 회담 틀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각자 이해가 다른 많은 국가들이 참여했다. 북미 대화, 남북 대화, 그리고 4자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김정은 치하의 북한으로서는 다시 한 번 스스로 그들의 나라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로켓 발사 실패도 상쇄하여야 한다. 100% 확신은 못한다. 그러나 가능한 일이다."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누구?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석좌교수는 1962년 한국 대구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출생했다. 2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암스트롱 교수는 예일대에서 중국근현대사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정경대와 미국 시카고대에서 국제관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적인 석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수제자이며, 미국 내에서 북한 및 동아시아 연구의 차세대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 국무부 고문을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 컬럼비아대학 한국학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미국 및 여러 국제적인 유력 언론에서 한국과 동아시아 문제에 대해 자문역을 해주고 있다. 특히 그는 워싱턴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달리 미국의 대북정책이 대화를 통한 온건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한반도 역사 및 정세와 관련해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미군이 한국전쟁 중에 노획한 자료를 토대로 북한 정권의 탄생과정을 그린 저서 <북한의 혁명>(2003년)은 기존의 냉전적 시각에서 벗어나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한 명서로 평가 받고 있다.

- 북한 핵실험은 남한 대선에 지대한 영향, 그리고 미국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텐데.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은 주지 않겠지만, 한국 대선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다. 북한은 남한선거에 영향을 행사하기를 항상 원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오판했고, 역효과를 가져오곤 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핵실험이 군사도발보다 가능성이 높다."

-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핵무기 포기를 전제로 하면 실패 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 그런 전제조건 때문에 부시 행정부 1기에서는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 미국의 입장은 '핵무기를 포기하면 네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것이었지만, 북한은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북한은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는' 형태였다. 부시 집권 후기에 협상자로 나섰던 크리스토퍼 힐은 그런 북한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는 노련한 협상가였다.

2·29 북미 합의는 북한이 지금까지 진행했던 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단한다는 조건이었다. 그것이 앞으로의 출발점이 될 수 있고,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해결해야 한다. 북한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면 조금 해주겠다는 접근은 통하지 않는다."

- 종국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종국에는 그렇게 할 것 같다. 그들의 안보상황이 바뀌면 말이다. 핵무기가 없더라도 안전이 보장되는 환경이 조성되면 가능하다. 물론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우리는 핵보유국인 북한과 공존해야 할 것이다."
#찰스 암스트롱 #대북정책 #김정은 #북한 로켓 #북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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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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