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면 답사지도(1) 대곡사 범종각 (2) 대곡사 다층석탑 (3) 대곡사 대웅전 (4) 대곡사 명부전 (5) 김제균 효자각 (6) 효천지 (7) 조성지 연꽃 (8) 회나무 군락지
정만진
경상북도 의성군 '다인'면은 본래 '다기' 혹은 '달기'였는데 757년(신라 경덕왕 16) 땅이름을 중국식으로 바꿀 때 '多仁'이 되었다. '달구' 또는 '달구벌'이 '大丘(대구)'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 뜻과는 상관없이 비슷한 소리를 가진 한자로 바꾸되,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의미를 가진 글자를 선택한 것이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이름을 짓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훌륭한 뜻의 이름을 가진 사람은 아무래도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려고 애쓰게 된다. 마찬가지로, 좋은 의미의 이름을 가진 지역도 그에 걸맞게 발전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다인면은 지금도 면훈(面訓)을 '어질고 화합하는 다인면민이 되자'로 정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도와가며 어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봉산 골짜기의 고찰 대곡사, 다인면의 자랑 다인은 대곡사(大谷寺)를 자랑하는 곳이다. 동쪽으로는 독점산, 문암산, 곤지봉으로 이어지는 산맥이 빈틈없이 안사면과 경계선을 이루고 있고, 서쪽으로는 579m 비봉산이 낙동강을 가로막고 있으니, 그 틈바구니에 큰[大] 골짜기[谷]가 생기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바로 그 골짜기에 이름 높은 절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대곡사는 다인면의 거의 맨 북쪽에 있다. 어떻게 그리로 갈 것인가. 안사면 쌍호동 3층석탑에서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 안사면 사무소까지 가서, 다시 고개를 넘어 안계면 사무소를 지나, 거기서 오른쪽으로 북녘을 향해 단북면 거의 전역을 통과한 다음, 도적들이 사람을 너무나 많이 죽여 피비린내가 '비릿'하게 풍긴다는 '비릿'재를 넘는 40km- 100리를 달려 대곡사로 간다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다. 그 길 곳곳에 있는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을 하나도 보지 않고 대곡사만 보려고 질주를 해서야 '정신없는' 답사자로 낙인찍힐 일 아닌가.
낙동강이 바로 눈앞이니 안동시로 들어가 구담교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서쪽으로 길을 틀어 낙동강변을 5km가량 가면 다시 의성군으로 넘어가는 지인교를 건넌다. 지인교는 안동시 '지'보면과 의성군 다'인'면을 잇는 다리이다. 다리에서 2km 남하하면 삼거리가 나온다. 그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좌회전하여 비봉산 자락과 낙동강 사이로 난 굽이굽이 산길을 타면 4km도 가지 않아 대곡사가 나타난다. 쌍호동 3층석탑에서 이곳까지 온 길을 다 합해도 안사, 안계, 단북으로 돌아가는 길에 견주면 절반도 채 안 된다. 짧고, 처음 밟는 길이니 당연히 이 여정을 선택해야 한다.
이 길은 또 비봉산의 빼어난 자태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미덕도 지녔다. 견훤이 성을 쌓은 적도 있는 비봉산(飛鳳山)은 동쪽에서 볼 때 봉(鳳)황이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날아가는[飛] 듯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북쪽에서 보면 또 다른 웅장함을 보여준다. 바로 옹골찬 장군의 기상이다. 이 웅장한 모습을 즐기려면 반드시 산의 북쪽 낙동강 언저리를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