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치러진 제19대 국회의원선거 경기 분당갑에서 당선한 이종훈 새누리당 당선자가 26일 오전 경기 분당 서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2007년 대선 경선 당시부터 '따뜻한 자본주의', '사람경제' 등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제안했다"며 "자신이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강령에 부합하는 인사이다"고 설명했다.
유성호
-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1만 표 가깝게 김창호 민주통합당 후보를 앞질렀다. 승인이 뭐라고 보나."인지도도 낮았고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그래도 새누리당이 먼저 변화하겠단 모습을 많이 보인 것을 인정해 주셨다. 선거 때도 열심히 뛰었다. '일하는 사람의 행복'을 계속 말했다. 노동전문가의 경험을 살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책을 만들어 보자는 진정성이 반영된 것 같다."
-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지역 분위기가 바뀐 건가."성남시장 선거 때 보면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판교 4개동에서 다 졌다. 나도 처음 출마하면서 1~2%포인트 정도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서판교 지역에서 많이 이겼다.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렵지만 지방선거 당시엔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을 믿고 판교 주민들이 민주당을 많이 밀어줬다. 그런데 공약이행이 잘 안 됐다. 그 불만이 이번 총선에서 분출된 것이다. 또 서판교 지역 임대아파트와 관련, 분양 전환가를 인하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게 주효했다."
-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있나."지역공동체의 지식나눔운동을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20대에겐 분당·판교의 30·40대가 멘토가 돼 주고, 20대는 30·40대의 자녀들의 공부를 도와준다. 판교테크노밸리의 벤처기업인은 과학영재교실을 꾸리고 음대 경력을 가진 분들은 작은 오케스트라를 꾸려 판교테크노밸리의 직장인을 위한 음악회를 여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서로 정보를 얻고 자녀들의 진로를 공동 상담해 준다. 지식나눔을 위한 분당만의 화폐도 만들어서 서로 맞교환하는 거다.
시장을 강조해온 보수담론이나 국가의 역할을 강조해온 진보담론 모두 한계가 있다. 이제 시장과 공동체가 어떻게 조화롭게 보완할 수 있는지 모델을 만들려 한다. 동질적인 계층이 많이 모여 사는 분당에서 이 같은 소그룹 공동체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선거의 첫 캐치프레이즈가 '이념보다는 민생을, 분열보다는 나눔을'이었다."
"MB정부, 비정규직 대책 전무... 경제민주화 관철하겠다"- 공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았다. 대다수 언론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정책 입안자 중 한 명으로 이 당선자를 지목했는데 사실인가."사실이 아니다. 줄·푸·세 정책을 주도적으로 입안한 분은 서강대 김광두 교수다. 난 당시 따뜻한 자본주의를 뜻하는 '사람경제'를 주장했다. 17대 대선 화두가 경제살리기라서 주목받진 못했지만 박근혜 위원장도 당시 경선에서 사람경제론을 밝혔다."
-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은 '경제민주화'를 강령에 넣었지만 이를 실천한 인사가 공천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어떻게 보나. "그 분 판단에선 경제민주화를 실천한 인사가 적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친기업 정책, 대기업 중심의 정책에 대한 반대 방향을 의미한다면 나는 그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난 경제적으로 진보이고 안보적으론 보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있을 때도 '당신 좌파냐' 소리까지 들었다. 경제민주화를 관철할 수 있는 사람이라 자부한다."
- 박 위원장에게 일자리 및 노동분야에서 정책자문을 해왔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다. 일단 복수노조-노조전임자 문제는 원칙적으로 맞지만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했다고 본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현 정부는 한 마디로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났는데 이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또 비정규직법이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지적이 있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최근 새누리당이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했는데 사실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위원장에게 사내도급 문제의 심각성을 말했고 박 위원장도 충분히 인지하고 정책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2007년 노동부 국감 당시 박근혜 위원장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사내도급 문제의 보완을 주문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2007년 10월 18일 국회 환노위 국감 당시 "비정규직법의 시행이 얼마 안 돼서 제도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좀 이르지만 도급 근로자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 현 정부의 노동현안 중 22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문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나. "공권력으로 해결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그건 노동정책이 아니었다. 적어도 사후에 발생할 문제를 예상하고 맞춤형 정책을 실시했어야 했다. 재취업 알선이나 정신적인 외상에 대한 치유가 진행돼야 했다. 그러나 현재 그 분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웬만한 곳에 재취업도 힘들다고 들었다. 구조조정으로 사람을 궁지에 몰아놓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이다. 가슴이 아프다. 2011년 한진중 사태 때 언론엔 기고한 글에도 밝혔지만 해고자들, 즉 '떠나는 자'들이 격렬하게 투쟁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희생은 자기들이 다 감당하는데 반해 구조조정의 이득은 '주주'나 '남게 되는 자'들이 다 가져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업사보험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이명박 정부에선 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을 지냈는데. "최저임금위원회는 전국민임금협상이라 생각한다. 비조직화된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너무 높으면 고용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 균형을 찾아야 한다. 난 최저임금위 활동 중 균형을 잡는 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지난해 최저임금협상 당시 공익위원 간사였는데 정부가 생각한 인상률 5%보다 더 높게 6%로 인상률을 제시해 관철시켰다. 노동계 입장에선 낮다고 볼 수 있었지만 공익위원들이 정부와 각을 세워서 주장한 것이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정부쪽의 요청으로 내정돼 있던 노·사·정 위원회 특위 위원장직이 없던 일이 돼 버리더라."
"사심 없는 박근혜, 직접 만나면 모두 좋아해... 리더 자격 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