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유성호
이런 가운데 MB의 '멘토'로 MB정권의 방송장악 실세이자 전 방송통신위원장(방통위원장)을 지낸 최시중씨가 핵폭탄급 뇌물수수 회오리의 중심에 서게 됐다. 방송장악 청문회는 물론 언론사들 장기파업의 실마리가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희망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MB와 동향(경북 포항)으로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과 서울대 동기인 그는 방통위 위원장을 지내면서 미디어법 국회 통과와 종합편성채널(종편) 허가, 종편 광고특혜 등을 밀어 붙여 그를 '방통대군'으로 불렀다.
지금 파업 중인 방송사들의 낙하산 사장 임명과도 무관하지 않은 그가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사업의 거액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자신이 당시 이 대통령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일할 때 여론조사 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이 돈을 썼다"고 밝혀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그가 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선 MB 대선자금 수사의 판도라 상자로 비유될 정도로 정치적 대변수임에는 틀림없다.
언론계의 연대파업과 무관하지 않은 최 전 위원장 불법자금 수수의혹은 MB정권 '권력 3인방'의 몰락을 상징하기도 한다. 즉 MB의 멘토였던 최씨를 비롯해 MB의 친형 이상득 의원, MB의 핵심 참모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그들이다. 정권 창출과 운용의 핵심들이 임기 말을 맞아 동시에 검찰 소환을 기다리는 상황이 된 것.
누구보다 방통위원장을 맡아 방송장악과 미디어법 개정 등을 주도한 최씨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를 둘러싼 의혹들은 불법 대선자금 수수만이 아니다. 방통위원장 시절 그의 정책보좌관은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이다.
이밖에 그의 경력에서도 판도라 상자 충격을 가늠해볼 수 있다. 30여년간 <동아일보>에서 정치부장, 편집국 부국장을 역임한 후 1994년부터 13년간 한국갤럽 회장을 지낸 그가 여론조사 전문가가 돼 MB 대선캠프에서 여론조사 등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당시 대선 정국에서 그의 역량이 가장 잘 발휘된 부분은 여론조사였다. 최근 불거진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관련 수뢰 자금을 2007년 대선 때 여론조사를 위해 썼다고 밝힌 데서 그의 역할과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최시중, 뇌물수수 혐의 외에도 '언론환경 과거회귀 죄' 더 크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은 정당 사상 가장 치열했다. MB는 여론조사 우위를 앞세워 박근혜 후보를 눌렀지만, 당시 MB는 선거인단 득표수(6만4216표)에서 박 후보(6만4648표)에 뒤졌으나 여론조사 환산 득표수에서 2884표 앞서 승부를 뒤집었다. MB가 대통령 당선 후 최씨를 방통위 초대 위원장에 임명한데 이어 온갖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2기 위원장으로 연임까지 시켜줄 만도 했다.
대통령에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유일한 국무위원으로도 꼽혔다.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도 섰던 그는 특혜 논란을 무릅쓰고 거대 신문사와 재벌의 방송 진입을 허가하는 등 종편 출범을 밀어붙였다. 종편 광고를 몰아주기 위해 대기업을 압박하고, 황금채널이 배정되도록 힘을 썼다는 의혹과 비난도 받았다.
게다가 방송장악을 위해 YTN·KBS·MBC 등 방송사 사장들을 차례차례 측근 인사로 낙하시키는데 음으로 양으로 일조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때 '살아 있는 권력의 2인자'였지만 MB정권을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가 지은 죄 값은 당연히 일벌백계해야 마땅하지만 이번 사건 외에도 그가 저지른 잘못들로 인해 지금 우리 언론계는 큰 혼란과 갈등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언론을 권력의 시녀로 장악하기 위한 온갖 시도들, 그 중 낙하산 사장 임명 강행과 촛불을 잠재우기 위한 표현의 자유 침해, 종편 출범 및 특혜 등으로 인해 언론환경 속에는 어느덧 과거의 칙칙하고 낡은 뿌리들이 깊숙이 내렸다.
과거로 회귀시키려드는 이 거대한 뿌리를 헤집고 거리로 나선 언론인들이 그를 청문회에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양대 공영방송사의 두 사례에서만 보더라도 그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만 한다.
[# 사례 하나] KBS 양대 노조 동반 파업 초읽기...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