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쑥 캐러 나갔다가 만난 배꽃...
이명화
집에만 있기엔 몸이 근질근질하도록 맑고 화창한 봄날이다. 겨우내 침묵했던 나무들도 온몸이 근질근질, 꽃을 피우고 새싹을 틔우는 기적의 계절. 봄이 자꾸만 마음을 밖으로 불러내는 것 같다.
가까운 은행에 볼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대문 밖을 나섰다. 문밖을 나서자마자 머리 위로, 등 뒤로 내리쬐는 햇살이 제법 뜨듯하다. 오월 날씨처럼 햇살이 두툼해졌다. 우체국 가는 길가 한쪽에는 유채꽃이 피어 긴 띠를 이루고, 또 한쪽에는 보리가 자라고 있다. 보리의 그 초록이 곱디곱다. 어느새 들판은 초록으로 뒤덮고 있고, 고개 들어 바라본 오봉산은 노란, 연두, 초록 등으로 다양한 색을 물들여 놓고 있었다.
문득, 봄이 되면 엄마가 어김없이 해주던 '쑥버무리' 생각났다. 어디선가 쑥버무리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 간절해졌다. 봄만 되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골목 어귀에서부터 코끝에 와 닿던 쑥버무리 냄새.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갓 쪄낸 쑥버무리가 김을 모락모락 피어 올리고 있던 그 시절. 그 시설이 그리운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