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트라우마>의 저자 다니엘 엑케르트는 "2008년과 1929년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국가들 간의 협력과 공조"라고 말했지만 현재의 세계는 대결국면의 그림자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위츠
앞서 설명한 것처럼 2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화폐'에 있다. 때문에 2차 대전을 '화폐 전쟁'이라고 바꿔 부르기도 한다. 2012년에는 '화폐 전쟁'이 더 강력해졌다. 이 전쟁은 "국가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붕괴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기 때문"(<화폐 트라우마> 8쪽)이다.
'경제'는 어느 시대든 리스크가 가장 큰 분야다. 정치는 형식적으로라도 국민의 결정권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정리되었지만, '경제'는 항상 '과두 체제'의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즉 '윗선'에서 몇몇 사람들의 결정으로 세계인의 물질적인 삶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이것이 리스크의 본질이다. 금본위제 역시 그렇게 결정되었고, 그 결과는 당대 세계인 전체의 삶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2012년의 금본위제는 IMF, 세계은행, FTA, G20, OECD 등의 세계 협의기구다. 이 선택 역시 미국이라는 거대국가와 몇몇 선진국의 손바닥 위에서 위험하게 돌아갈 뿐이다.
1930년대에 세계의 혈관을 흐르던 개방적인 재화시장은 관세와 외환 정책으로 혈관질환 지경에 이르고 장갑차와 포탄으로 뇌졸중풍을 피하려다 더 심각한 병에 빠지고 말았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현상은 각국이 벌이는 FTA나 지역별 경제블럭화 현상이다. 현상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를 움직이는 동력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심장이라는 사실은 이 현상이 어떤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해준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제3세계의 국가들을 우군으로 만드는 한편, 세계 정치의 전면에서는 저자세로 일관하며 튀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세계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며 이름값을 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의 앞머리 글자인 가운데 '中'은 아시아가 아니라 세계의 '中'이 되기를 바란다. 수천 년 중국사에서 숱하게 봤던 중국의 욕망이다.
3차 세계대전위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선택을 과두 체제의 구시대적 방식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계가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론에 불과하다. 힘센 나라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현재의 금본위제인 세계 경제 시스템이 각국의 시민들의 삶을 파괴하지 않도록 일일이 챙기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면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 같은 무서운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요하고도 현실적인 대안은 <화폐 트라우마>의 저자가 설명한 것처럼 미국이 했던 세계 정치의 책임자 역할을 누군가 하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다수의 국가 체제가 될수록 좋다.
20세기에 급속하게 성장한 미국은 자국의 부를 다른 나라들과 나누어야 하는 소명이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이런 소명을 부분적으로만 수용했다. 미국은 도스플랜과 영플랜(독일 전쟁배상금 지불방식 중재)을 통해서 유럽의 부채경감에 약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ㆍ경제적,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파괴된 유럽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과거의 실수를 교훈으로 삼았다. 미국은 마셜플랜의 형태로, 한때 어머니 대륙이었던 유럽이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화폐 트라우마> 302쪽)
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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