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기사 '과로'로 사망...업무상 재해"

대법, 운전하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광역버스기사 업무상재해 인정

등록 2012.04.23 13:57수정 2012.04.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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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고혈압과 고지혈증과 같은 기초질병이 있었더라도, 한 번 운행에 3~4시간 걸리는 장거리 광역버스 운전기사의 업무행태는 '과로'에 해당돼 운전하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6년부터 I여객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해온 A(61)씨는 2009년 1월 인천~서울(강남) 구간 광역버스를 운행하던 중 신호대기 상태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에 B씨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기존질환의 자연경과적 악화로 사망한 것이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B씨는 "사망 무렵 다른 기사와의 배차 교환으로 3일간 연속으로 운행해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과로가 유발됐고, 이는 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에 업무상 과로가 더해지는 바람에 발생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2010년 11월 "망인은 버스기사로 근무하면서 과중한 운전업무를 수행함으로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누적되면서 기존질환(고혈압 등)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는 바람에 급성심근경색이 발병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서울고법 제10행정부(재판장 강민구 부장판사)는 2011년 10월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사들의 사실조화결과 등을 보면 망인이 가지고 있던 기초질병인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다른 원인의 기여 없이도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가 흡연을 할 경우 다른 원인과 무관하게 급성심근경색에 이를 수 있으므로, (담배를 하루 1갑 피우는) 망인의 기초질병인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자연적 경과로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망인은 2008년 12월29일부터 3일간 연속 근무를 했으나 2009년 1월 1일과 3일 쉬어 신체에 급격한 무리가 갔을 것으로 보이는 않는 점, 망인의 근무형태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통상적인 업무시간 및 업무내용에 비해 과중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28년간 버스운전 업무에 종사해 근무형태에 적응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비록 과로나 스트레스가 급성심근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급성심근경색이 유발될 정도로 과로를 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광역버스기사 근무형태는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할 정도의 과로"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광역버스를 운전하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운전기사 A씨의 부인 B(54)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돼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가 1회에 3~4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 노선을 계속 앉아 운행해 혈액순환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교통 혼잡 운행구간의 특성상 용변의 기회도 없이 휴식이 전혀 불가능하고, 사고 직전 연말기간 3일을 연속해 근무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근무형태는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할 정도의 과로에 해당하고, 망인과 같은 회사동료 근로자들이 동일한 형태의 근로를 계속해 왔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의 기존질병인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특수한 근무형태와 연관된 과로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거나 사망 원인이 된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업무상재해 #급성심근경색 #광역버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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