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 성폭행 혐의를 받아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태 당선자(경북 포항남울릉)가 19일 오후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받기 위해 경북 포항 남부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위원장의 권위주의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건 이번만이 아니다. 대화보다는 지시, 양방향 소통보다는 일방적 전달이 더 친숙했던 정치 행태는 새누리당이 수평적 관계보다 수직적 질서 위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히려 구 한나라당보다 더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이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일부 보도처럼 측근들에게도 발신번호 표시 제한 상태로 전화를 할 만큼 스스로 절대권력을 추구해왔던 박근혜 위원장. 그런 그가 권력자의 신호를 잘못 읽어 누를 끼친 문대성 당선자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김형태, 문대성 두 당선자의 문제에 있어서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위원장은 사과를 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할 대상은 국민과 그들을 뽑아 주었던 유권자가 돼야 한다.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인과관계와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채 당과 박근혜 위원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탈당한다는 그들의 변명은 사죄라기보다는 권력자에 대한 충성맹세다. 절대권력과 내쳐지는 자의 비굴함, 그 어디서도 국민에 대한 절절한 사죄는 찾아 볼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 위원장을 대권을 향한 행보를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대선후보 예비등록일인 23일에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몰표를 준 강원도를 찾아 총선공약 실천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총선 승리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또 같은 날 불거진 MB 최측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 사건과 관련해선 "법대로, 예외 없이 처리해야"라고 선을 그으면서 '탈MB'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은 대선행보를 재촉하기에 앞서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를 공천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 했어야 했다. (결국 박근혜 위원장은 25일 KBS 라디오연설에서 이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아울러 탈당했으니까 당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새누리당의 자세 또한 이치에 맞지 않다. 그들에겐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될 충분한 결격사유가 있었음에도 공천해 후보로 내세운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또 이들의 손을 잡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것은 다름 아닌 박근혜 위원장이었다.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교수가 표절이 200% 확실하다고 말했던 8일에도 새누리당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아직 결과를 모른다, 결과가 나오면 얘기하자"며 기자들을 돌려 세웠다. 같은 날 박근혜 위원장은 논문 표절은 침묵한 채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을 두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자랄지,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야당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김형태·문대성 당선자가 단죄를 받아야 한다면, 그들을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워 당선하게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물론 두 사람의 탈당을 유도하고 내쳐서 박근혜 위원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국회에 남아 있는 한 새누리당은 성범죄자, 논문 표절자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누리당이 할 일은 이들을 당 밖으로 내치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내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든 것을 반성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가 새누리당의 가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