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뚫고 올라온 감자싹. 신비함이 느껴진다.
전갑남
아내의 얼굴에 기쁨이 감돈다. 소중한 게 올라온다는 사실과 또 거기서 기대하는 게 있다는 것이 기쁨으로 다가오는 듯싶다.
무거운 짐을 이겨내며 고개를 쳐든 여리디 어린싹이 참 대견해 보인다. 바짝 힘을 쓴 곳엔 흙이 갈라지고, 벌써 빠끔이 고개를 내민 싹도 있다. 어떻게 연약한 싹이 무거운 흙을 뚫고 올라오는 것일까. 생명의 싹이 튼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이웃집아저씨가 우리 밭에 둘러보러 왔다. 씨감자를 묻을 때 일을 도와준지라 아저씨도 우리 감자밭이 궁금한 모양이다.
"잘 올라오네요! 작물은 거짓말을 안 하고, 진득이 기다리면 때를 맞춰 올라오게 되어 있어! 올핸 감자 꽤나 캐겠는 걸!"자연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맞춰주고 순리대로 지켜보면, 사람에게 반드시 거짓 없이 보답한다는 말을 곁들인다.
2주전에 씨감자를 땅에 묻었다. 좀 더디게 싹이 올라오나 싶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 같아 기쁨이 크다.
군데군데 올라오는 봄의 향기아저씨와 우리 부부는 밭을 둘러본다. 씨를 뿌린 곳을 둘러보는 모습에 기대가 섞여있다.
10여일 지난 완두콩도 어린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참 신기하다. 쭈글쭈글 마른 씨가 땅속 물기를 머금고 불어서 싹을 틔우는 이치가 놀랍다. 세상 밖으로 생명을 내민 어린 녀석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아내와 아저씨가 이야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