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2010년 7월 12일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지불유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인국
- 당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하는 건가?"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잘했다고 생각한다. 취임 첫해에 예산삭감으로 1365억을 정리한 것도 있지만 그 다음해부터는 판교특별회계를 정리해야 했다. 그게 땅을 판 돈이다. 보관해서 사용해야 하는 돈을 (전임시장이) 다 써버린 건데, 작년에 1339억을 상환했다. 일부는 지방채를 발행하고, 일부는 예산을 삭감해서."
이 시장은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데 이것을 일일이 주민들에게 설명할 길이 없었다"면서 "지금은 대규모 토목공사나 시설공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성남시의 재정이 나쁘지 않은데 '과장이 심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 취임한 뒤 지금까지 전임시장 뒤치다꺼리만 한 것 아닌가?"농담으로 자주 '1년에 부채를 1500억씩 갚으면 내후년(2014년) 정도면 끝난다, 그러면 내 임기도 끝난다'고 이야기한다."
- 빚만 갚다가 임기가 끝나면 아쉬움이 너무 크지 않나?"나름대로 보람은 있다. 그래도 복지예산의 비중은 늘리려고 노력해서 25%에서 28%까지 늘렸는데 앞으로 30%까지 늘리려고 한다."
- 예산 절감은 어떻게 하시는지?"예를 들면 도로공사 안하기, 보도블록 재활용 공사하기 등이다. 보도블록은 사실 몇 개만 깨진 거라서 전면적으로 재활용한다. 온갖 영역에서 예산 줄이기를 하는데 보수, 조경 예산을 전년대비 기본으로 삭감을 해나간다. 그래도 된다. 그런 데서 예산을 마련하고 전시성 공사와 토목공사를 하지 않으면 예산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예산 절감방안을 설명하던 이 시장은 "안타깝기는 하다, 이거(부채) 다 정리하고 나면 임기가 끝나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뭔가 생색을 내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걸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초등학생들이 들이닥쳤다. 이 시장은 활짝 웃는 얼굴로,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으로 아이들을 맞이했다.
"공무원 인사비리, 결국 시민들 피해로 이어진다" - 성남시는 공무원의 '매관매직' 이야기 또한 유명하다. 소문이 아니라 실제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아직도 그 여파가 남아 있다. 당시는 거의 정가제였던 것 같다. 팀장 승진은 얼마, 과장 승진은 얼마, 국장 승진은 얼마, 이런 게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돈을 준 사람도 많다."
이 시장은 이 문제와 관련된 공무원들을 '어두운 시대의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너무 오랫동안 관행이 되다보니 정상적으로 승진해야 할 사람도 돈을 주지 않으면 승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임시장도 아니고, 시장의 인척도 아닌 인척의 친구에게 뇌물을 주는 황당한 사건도 일어났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을 열심히 하겠나. 돈이나 주고 줄이나 서고 이러지. 이런 상황이 횡행하고 광범위해서 징계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징계를 하는 중이다. 취임 2년이 다되었는데도 여전히 그렇다. 안타깝다."
▲호화청사의 아방궁으로 불렸던 성남시청 옛 시장 집무실이 '시청 하늘 북카페'라는 도서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꾸며져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유성호
인사비리의 규모에 대해서 이 시장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며 "뻔뻔스러운 사람은 입을 다물어서 살아남은 경우도 있고 순박한 사람들만 결국 공개돼서 책임을 지게 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공무원들의 인사비리 문제가 공무원들의 업무의욕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결국은 시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나? 자기 월급에서 떼었겠나? 부정이 반복되는데 결국 이걸 끊어내는 게 중요하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직책을 돈 주고 산다는 게, 말이 되나."이재명 시장은 취임한 뒤 인사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들의 의견을 듣는 거다. 그 사람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친구나 동료다. 동일 직급, 동일 직렬의 대표들을 뽑아서 의견을 듣고 무작위 투표를 한 뒤 승진대상자를 결정한다."이 시장은 승진에 반영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자세 즉 마인드라고 했다. 공직자의 존재 이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다음은 열성을 꼽았다. 공직자는 시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이 시장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시장이 꼽은 건 능력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마인드가 결여되고, 열성이 없다면 공무원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는 풀이였다.
시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Mayor, What Matters M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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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현실과 관계된 것인데, 저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경제적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자치단체가 삼성전자 같은 회사처럼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으니 공공서비스 영역을 통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주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민주주기업이다. 효과가 상당히 좋다."
이 시장은 시민주주기업의 청소용역 회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청소용역을 개인사업자에게 위탁을 했는데, 시에서 환경미화원에게 책정한 급여가 전부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시에서 150만 원을 책정했는데, 환경미화원들에게는 100만 원밖에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민주주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시에서 책정한 급여를 전액 지급하도록 하고, 직접 운영하게 했다. 결론은 시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기업을 만든 것이다. 반응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이익이 사업자인 개인이 아닌 종업원들에게 골고루 돌아간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렇게 시민주주기업으로 전환하는 회사는 청소용역업체 외에도 마을버스 회사도 있다. 전부 16개의 업체가 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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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가 살아 있는 도시 만들고 싶다" - 그 외 다른 시책이 있다면?"삶의 최저선을 공공영역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복지예산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그런 것이다. 저는 사람이 한 사회구성원으로 먹고 살 수 있고,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밥을 먹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닌데 문제는 의료다. 성남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시립병원 설립이다. 제가 시장으로 출마하게 된 계기도 시립병원 설립이었다.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아플 때 갈 수 있는 병원을 설립하는 것인데, 적자가 나서 안 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에 맡겨야 하고 경쟁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자가 나니까 하지 흑자가 나면 왜 하나? 민간에서 하면 되지. 공공영역이라는 게 돈이 안 되고 적자가 나지만 필요하니까 하는 거다. 적자만 따진다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분당 중앙공원, 분당에 있는 탄천 종합운동장, 성남 아트센터도 다 적자다. 그런 적자는 되고, 이런 분야 적자는 안 되는 건가? 건강한 최소한의 삶을 사는 것, 이런 것을 위해서 사회를 만들고 세금도 내고 공적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인데 그걸 안 하는 것 같다. 보편적 복지와 시민들의 최저선의 삶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저항이 진짜 많다."
이 시장이 의미하는 '저항'은 시의회와 빚고 있는 갈등이다. 특히 성남시는 시장과 시의회의 갈등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좋게 표현해서 갈등이지 날이면 날마다 싸운다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은 민주통합당 소속인데 시의원 34명 가운데 19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여소야대의 상황이다. 이 시장은 시의회와 싸우지 않고 원만하게 시정을 펼치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시정은 어렵다기 보다 일이 많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제가 맡은 역할은 시민들이 저에게 부여한 것이니 별로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이라 좋은 결과가 나올 건데도 못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어렵다."- 시장님이 꿈꾸는 미래의 성남은 어떤 도시인가?"지방자치, 주민자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한 인간이 정치의 한 주체로 제대로 서게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저는 성남이 주민자치가 살아있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저는 열심히 잘 할 자신이 있다.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성남을 그런 도시로 만들겠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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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 '배째라' 모라토리엄 선언,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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