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4장 중 스파르타쿠스와(정영재 분) 크랏수스(김기완 분)의 대결- 스파르타쿠스가 승리하지만 그는 크랏수스를 놓아주어 굴욕감을 느끼게 한다.
문성식
전방으로 척척 뻗어내는 발동작으로 로마 병사들의 위용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솔로나 듀엣, 특히 군무에서 일사불란하게 뻗어내는 발동작의 진군, 이것이 구 소비에트 연방의 용맹함을 떨쳐 보이려는 당시의 의도에 따라 1968년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첫 연출한 남성 발레의 상징이다. 한마디로 남성으로 대변되는 거칠것 없는 '용맹스러움'. 1막에서 트라키아를 정복한 로마 군대의 위용을 쭉쭉 뻗는 발동작으로 표현하여 첫 시작부터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에서 보아왔던 전형적인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오히려 각 인물별 9개의 '독백' 장면은 더욱 인물내면 심리를 심도있게 묘사하며 러시아 특유의 우수어린 감성과 더할 수 없는 우아함을 선사한다. 인간의 내면을 잘 그려낸 이 발레는 크랏수스와 스파르타쿠스 사이의 선과 악의 구분이 의도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이 발레에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선과 악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도로 했기 때문이다.
1막 2장 노예시장에서 스파르타쿠스와 이별한 프리기아의 처절함과 두려움, 1막 3장 의지와 상관없이 노예 검투사가 되어 싸워야 하는 스파르타쿠스의 저항심과 분노 등이 공간을 휘두르는 의지의 손짓과 몸짓, 그리고 표정 연기로 보여진다. 3막 1장에서는 사랑하는 크랏수스를 위해 스파르타쿠스 암살 계략을 꾸밀 예기나의 야심과 사랑이 유혹적이고 매서운 춤으로 표현된다. 3막 3장에서는 자신을 욕보인 스파르타쿠스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복수심에 불타는 크랏수스가 표현되며, 전체적으로 독백부분의 인간심리 표현의 극적 압축미와 무용적 표현미가 아름답다.
4일간 펼쳐진 공연에서는 1막부터 계속되는 힘이 넘치는 군무와 독백, 그리고 듀엣을 두 조로 나뉜 배역간 비교를 하며 감상하는 것 또한 의미있었다. 우선 크랏수스역은 이재우가 큰 키와 탄탄한 몸에서 오는 우아함과 당당함이 로마 장군다웠다면 김기완 역시 큰키에 더욱 빠른 회전과 날렵하고 정확한 동작의 감칠맛으로 타락한 로마장군의 방정맞음을 더욱 잘 드러내며, 상대역인 애첩 예기나역의 박슬기와의 호흡 또한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