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탈당 거부 의사를 밝힌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남소연
제수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태 당선자(경북 포항남·울릉)는 새누리당을 탈당하겠다고 했다. 당초 탈당할 것이라 알려졌던 문대성 당선자(부산 사하갑)는 입장을 뒤집었다. 하지만, 이들 당선자가 당장 취해야 할 조치는 탈당이 아니라 당선자 자격 사퇴다.
유권자 아닌 박근혜에 충성하라고 국회의원 시켜줬나?
문대성 당선자의 경우 논문표절이 문제가 돼 탈당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문까지 작성해 놓은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 결심을 뒤집었다. 국회의사당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문 당선자를 기자들이 붙잡고 고작 4분 정도 질의응답을 했을 뿐인데, 문 당선자가 국회의원 자격 미달이란 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탈당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문 당선자는 "당연하죠. 박근혜 대표께서 그렇게 얘기했는데, 제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표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되겠습니까?"라고 답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현재 새누리당 대표가 아닐 뿐 아니라, 국회의원은 당 대표와 당에 충성하는 직분이 아니다. 뽑아준 유권자를 대표해 정부의 국정운영을 감시하고 필요한 법을 만드는 자리다. 정당은 비슷한 정책과 이념을 추구하는 이들이 모인 것이지만, 각 의원이 소속 정당의 당론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당 지도자의 지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 당선자는 자신을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이가 국회의원이 되면 뻔하다. 국회의원 개인의 소신과 지역 유권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박 위원장의 뜻과 당론에 따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임하는 '인간 거수기'가 될 게 뻔하다.
'표절 대상 논문과 문 당선자의 논문이 오·탈자까지도 똑같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문 당선자는 "항상 정확하세요?"라고 되물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자신도 그 중의 한 사람이라는 항변인 동시에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부분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학위 논문을 쓰는 것은 '항상 하는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학위 또는 학문적 명예가 걸린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하고 꼼꼼히 처리해야 하는 것이 논문이다.
문 당선자가 국정감사에 임한다고 가정해 보자. 정부가 틀린 내용의 자료를 제출했고, 이에 대해 문 당선자가 항의할 경우 담당 공무원이 "항상 정확하세요?"라고 되물으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그 공무원은 "업무와 개인 일을 병행하다보면 그럴 수 있는 부분 아니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다시 논문표절 부분으로 돌아가 보면, 문 당선자는 논문표절이 뭔지 그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 당선자는 이날 "참고문헌을 달았다면 표절이 아닌 것이냐"고 했는데, 자신이 직접 연구해서 얻은 결론이 아닌 부분에 대해선 각주와 인용을 통해 다른 사람의 연구결과임을 밝히는 게 논문의 기본이다. 박사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한 연구자는 기자에게 "대학원 학기말 연구논문도 문대성처럼 쓰면 F학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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