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천을 찾은 청머리오리청머리오리가 대전천에 찾아와 쉬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계속되는 봄이다. 언제 필지 몰라 일찍 핀 꽃은 추워진 날씨에 동사하고, 꽃이 먼저 피는 식물에 입이 먼저 나오는 기이한 현상들이 발생했다. 생각보다 일찍 알을 낳은 양서류들은 알이 얼면서 올해 자식농사에 실패를 맛보기도했다. 봄의 대표적인 축제인 벗꽃축제는 날짜를 맞추지 못하면서 축제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하게 만든 이상기온은 이제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상기온이 반복되던 2012년의 봄은 이제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만개한 꽃들을 곳곳에서 보고, 사람들의 복장에서도 봄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봄이 오면 생명이 움트는 신기함을 경의로움을 느끼기보다는 항상 아쉬움을 더 많이 느낀다.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아왔던 많은 새들이 봄이 되면 다시 몽고나 시베리아로 떠나기 때문이다. 탐조를 즐겨하던 나는 겨울 철새들을 탐조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다른 종류의 새들이 우리나라를 찾지만 울창해진 산림으로 실제적 관찰이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식물들이 낙엽을 떨어뜨려서, 새들을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지는 겨울은 탐조인에게는 축복 같은 일이다. 특히 내가 사는 대전의 경우 3대 하천(대전천, 유등천, 갑천)이 있어서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새들이 찾아온다. 사람들과 친근하게 적응된 새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아, 다른 탐조지에 비해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3대 하천에서 올해는 늦게까지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새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의 탓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다른 해에 비해서 많은 종의 새와 많은 개체들이 오랫동안 3대 하천에 머물렀다. 지난 14일 대전천을 찾았을 때 만난 청머리오리와 홍머리오리는 3월이면 이미 떠나거나, 3대 하천보다 큰 하천으로 이동하여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이 그동안의 서식행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