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넷(opinet) 2012년 4월 2주 국내 석유제품 가격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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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기름값을 두고 '발상의 전환', '원천적 검토'등을 언급하며 기름값 관리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어 18일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19일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5개 부처가 과천청사에서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유가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발표된 유가안정 대책에는 △ 알뜰주유소 확산 △ 석유제품 혼합판매 확산 △ 석유 전자상거래 활성화 △ 제5공급사 참여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이할 점은 현 정유 4사의 과점체제를 막기 위해 삼성토탈을 제5공급사로 참여시키는 방안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과점형태 문제를 지적한 지 6일 만에 나온 조치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일각에서는 '말치레의 재탕 아니냐'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사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에 발표된 유가안정 대책도 기존에 발표된 유가대책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유류세 인하 등 핵심적인 내용은 여전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제5공급사로 삼성토탈을 참여시킴으로서 '국민의 고통을 이용한 재벌 밀어주기'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중동지역의 불안이 원유의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어느 뉴스 할 것 없이 비슷한 원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만 할까. 원유가 비싸고, 중동의 불안은 우리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일이니까 허리띠 졸라매고 참아야 하는 것일까. 그러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한국석유공사 누리집(한국석유정보망·petronet)만 보더라도 두바이유 등 원유 가격은 3월 21일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일에 발표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동향>이라는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란 핵협상 재개, 중국의 석유 수입량 감소 등으로 인해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라며 내림세를 직시하고 있다.
이런데도 휘발유 등 기름값은 날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상승했다. 또 정부는 원유 가격이 높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런 형태는 정유사도 마찬가지다.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를 때마다 실시간으로 가격 인상에 반영해오던 정유사. 2주 연속 국제 유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국내 유가에 이를 반영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국제 원유가격 가격이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원론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름값이 102일 연속 상승한 이유가 국제 원유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특단의 조치'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오늘 발표된 알뜰주유소 확대 활성화, 유통구조 개선 정책도 이명박 정부의 유가 안정대책 핵심 정책이었다. 이번에는 빠져 있지만 대형마트에 주유소를 허가해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정책들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알뜰 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에 비해 가격 차이도 별로 없었다. 게다가 주유소 쥐어짜기 가격 인하 정책은 무료세차 폐지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피해만 커진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3~6% 주유소 마진 쥐어짜는 MB 유가안정 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