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대형 고시식당뷔페식 고시식당에서 수험생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규정
대략적인 과정은 이렇다. 노량진 식당 상인들은 손님을 포장마차 컵밥집에 빼앗긴다고 판단했다. 동작구 중앙요식협회는 '컵밥 판매 금지'를 동작구청에 정식으로 요구했다. 구청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동작구청 건설관리과 가로관리팀 직원들은 4월 12일부터 컵밥집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단속반은 컵밥집 실태를 파악하며 노점상들에게 "컵밥을 팔지 말라"고 구두로 경고했다. 식사류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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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노점에서 어묵이나 핫바는 되지만 "컵밥은 판매하지 말라"는 조치는 합당한 것일까? 도로법 38조 1항에 따라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노점상은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며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법대로라면 핫바와 컵밥을 '차별'할 근거는 없다. 중앙요식협회에서 민원이 들어왔고 이에 따라 구청은 '식사류'만을 단속대상으로 삼았을 뿐이다. 일종의 '중재안'인 셈이다.
물론 식당 주인들의 하소연도 합당하다. 한 식당주인은 "우린 세금 다 내지만, 길거리 컵밥집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노점전국연합(민노련) 소속 노점상들은 구청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4월 16일부터 컵밥을 팔지 않고 있다. 몇 곳은 임시로 문을 닫았고, 3곳은 메뉴를 바꿨다. 3곳 중 한 곳은 컵밥 대신 이제 핫바를 판다. 오므라이스 컵밥을 팔던 곳은 이제 라면을 판다. 한 상인은 "컵밥을 팔았을 때보다 매출이 4분의1로 줄었다"고 밝혔다.
노점상 주인 전방욱(54)씨는 "손님들이 주로 고시생인데 밥을 찾지 라면을 먹겠어요?"라며 "우리도 장사 안 되고 학생들도 식비 많이 들게 됐어요"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씨는 IMF 때 사업 실패로 한동안 방황하다가 7년 전부터 노량진에서 소시지 전문 노점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0년 말부터는 자체 개발한 오므라이스를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핫바로 메뉴를 바꾼 컵밥집도 메뉴를 개발해왔다. 노점상인 김아무개(31)씨는 "(컵밥을 개발하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죠. 재료와 소스의 비율을 정하는데 나름대로 많이 연구했습니다"라며 그동안 과정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