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호 기자가 사용하고 있는 '사인 가이드'. 미국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다(2009년 미국서 구입). 가운데 서명을 할 수 있는 공간에 맞춰 서명을 하면 된다.
신경호
이런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서의 서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에 있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산하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만의 사인(서명·Sign) 만들기'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권수진 사회복지사는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같은 센터의 시각장애인 직원으로부터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보다 훨씬 서명 문화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이 서명을 하기가 어렵다고 해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현재 '사인(Sign) 가이드'라는 도구를 제작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배포하고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인 가이드란 쉽게 말해 카드 크기의 도구 안에 서명을 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든 것이다.
권수진 사회복지사는 "시각장애인들이 서명을 해야 할 때 이를 제시하면 주위에서 서명이 필요한 위치에 사인 가이드를 맞춰 줄 수 있다"며 "그렇게 하면 쉽게 서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인(Sign) 만들기 프로그램의 교육 내용은 한글과 알파벳, 나의 이름 한자 모양익히기, 쓰기 연습, 나만의 멋진 서명 완성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서명은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절차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간단하고 단순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일반 문자를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또는 초등학생 같은 삐뚤빼뚤한 글씨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 그런 서명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도 있다.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작은 절차에도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 불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방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는 방법으로, 그러면서도 장애인이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일본전문 JPNews(www.jpnews.kr)에도 송고 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서명 요구에 모욕감 '울컥'... 정말 너무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