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소연
선거가 끝나고 그에 대한 평가가 백가쟁명 식으로 나오고 있다. 평가의 대세는 '차려준 밥상'도 제대로 못 먹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과 돌아온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대세론이다. 기본적으로 선거가 결과의 싸움이고 그 결과가 다시 국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의 과정임을 감안하면, 필자도 이 같은 분석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세적인 평가에 나까지 밥숟가락을 하나 더 얹는 것에는 약간 주저하게 된다. 필자는 이미 지난 칼럼(
'답답' 민주당,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에서 야권의 130석 이상은 현실적으로 쉬운 목표가 아님을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선거는 막판 집중력의 문제였는데, 박근혜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부산을 5차례나 방문해 영남지역의 새누리당 이탈을 막아내면서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사수했다. 반면 야당은 '김용민 막말 파문'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이란 총선 결과는 박빙 승부에서 최대의 결과를 끌어내지 못한 민주통합당의 패배로 귀결되었다.
사실 결집된 영남표를 가진 보수 세력은 소선거구제 하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이를 두고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한국 정치판을 보수 쪽 골문이 약간 올라가 있는 축구장에 비유했다. 한 마디로 진보진영은 기를 쓰고 공을 차야만 보수 쪽 골대를 공략할 수 있는 반면, 보수 진영은 공을 슬쩍 차기만 해도 진보의 골문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지형에서 진보진영은 총선 전망을 할 때 비관적인 것에서 시작해 어떻게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이끌어낼 것인가로 고민을 끝맺어야 한다. 마치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 나갈 때 기본기가 부족하니 조직력을 겸비한 세트 플레이와 국민들의 성원, 선수들의 분전을 더해 16강이나 8강을 노리는 것과 같다.
새누리당 승리, 박근혜에게 낙관적이지 않다그런데 이번 총선은 요상하게도 '야권이 기본적으로 유리한 선거'라는 프레임으로 시작해 새누리당의 선거를 이끈 박근혜가 오히려 거대 야당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견제론을 설파하였으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여기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부정확한 총선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민주통합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선거판을 오인하게 하는데 크게 한 몫 했다. <한겨레신문> 4월 8일자 기사에 의하면 전문가 28명 중에 22명이 민주통합당의 승리를 예측했다.
전문가들 마음 속 논리적 귀결 과정은 알 수 없지만, 추측하건대 그들은 과학적 데이터와 세밀한 분석보다는 감에 의존해 예측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그들이 사는 지역적 배경이 총 48개 의석 중에서 민주통합당에게 30석을 몰아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라는 점도 이러한 오류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서울은 SNS와 2030세대의 표심이 전국 어느 지역보다 강하게 대표되는 곳이다. 이 같은 배경은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16석)에 거의 더블 스코어로 이길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서울 지역에서 바라보는 프레임의 한계에 갇혀 새누리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의 의석 수 67석을 간과하게 만들었을 때, 자칭·타칭 전문가들의 총선 전망 오류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민주통합당 입장에선 낙동강 벨트에서 3~4석을 가져와도 제1당이 어려울 판이었는데도 안이하게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대승을 바탕으로 안일한 민주통합당 제1당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이것이 역설적으로 보수층의 표 결집을 불러온 점도 총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같은 오류는 2000년에 있었던 16대 총선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앞서 1997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던 김대중 정부는 당시 총선에서 제1당의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도 JP(김종필)와의 단일화를 통해 겨우 39만표 차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했으면서, 당시의 그 어이없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2000년 총선 때 거의 모든 지역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이겼지만, 단 4곳 대구·경북·부산·경남에서 의석의 99%를 한나라당이 가져가면서 한나라당은 제1당 명패를 가져갔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득표율에서도 39%를 얻어 35.9%에 그친 새천년민주당을 눌렀다.
내용적으로 비교하면 이번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강원도를 싹쓸이해 지역적으로 2000년 총선보다 확장된 모습이지만, 비례대표 득표율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46.75%로 새누리당이 얻은 42.8%를 넘어서고 있다. 새누리당의 영남 지역구 싹쓸이가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는지 새삼 실감케 할 수 있는 데이터다. 그러나 이것은 대선을 앞두고 다시 박근혜의 한계로 나타날 수도 있다.
박근혜 대세론은 이념적으로 보수, 지역적으로 영남이라는 상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한국 선거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중도층 쏠림'을 바탕으로 변수가 작용하는 사회과학적 현상이다. 이번 총선에선 중도층의 진보 쏠림 현상이 미약해 새누리당의 승리로 나타났으나, 이것이 대선이었다면 결코 박근혜에게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10·26 재보선 때 켜진, 민주당을 향한 경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