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박근혜(왼쪽)와 한명숙 비교영상 캡쳐.
MBC노조
방송사들의 '보도 프레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시점은 4월 3일부터다. KBS는 4일 저녁 <뉴스9>에서 김용민 발언 파문을 본격적으로 싣기 시작하더니 5일부터 작정한 듯 본격적으로 다뤘다. 이날 ''김용민 막말' 사퇴 요구 잇따라…민주당, 맞불'에 이어 6일 '김용민 "사퇴하지 않겠다"…'막말' 당 결단 요구', 7일 '김용민 사퇴 요구 잇따라…"표로 심판 받겠다"', 8일 ''막말' 김용민 사퇴 권고에도 완주 논란' 등의 리포트 기사로 집중 보도했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보도는 온데간데없이 인력도 부족한 판에 특정후보의 8년 전 발언에 유독 의제를 집중한 데서 의구심을 사고도 남았다. 100일 넘는 최장의 파업 중인 MBC도 4일부터 '김용민 의제'가 시작됐다. 이날 <뉴스데스크> '여야, 곳곳서 유세 가열‥김용민 후보 '막말' 논란'을 시작으로 5일 '새누리, "민생 집중·김용민 후보 '사퇴 촉구'"', 7일과 8일에도 각각 세 번째, 두 번째 리포트에서 '김용민 발언 파문'을 부각시켰다.
이외에도 <조중동>과 KBS, MBC가 메인 뉴스에서 민간인 불법사찰과 수원 살해사건 등의 정부 및 여당과 관련된 이슈를 물타기하고 새누리당에 유리한 장면들을 내보내는 편향적 선거보도가 잇따랐다는 따가운 비판이 시민사회단체들의 4․11 총선보도 모니터 결과에서도 지적됐다. 군중들의 반응이 담긴 영상도 극심한 편파양상을 나타냈다고 지적됐다. MBC 노조는 선거보도준칙이 새누리당에는 충실히 적용된 반면, 한명숙 대표에겐 준칙은커녕 NG컷이나 부정적 인상을 주는 영상이라고 비판했다.
4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새누리당 영상에서의 시민반응 9컷 가운데 8컷이 박수와 환호인데 반해, 민주당 군중 반응컷은 4컷(3컷이 박수, 1컷 무반응)에 불과했다는 것. 또한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은 악수하거나 손 흔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사흘 중 두 차례나 꽃을 받는 장면이 나오지만,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시민과 악수를 하려다 화면이 바뀌거나(NG컷), 혼자 걷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총선 이후다. 정부·여당은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 중인 방송사 파업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 '조중동 프레임'은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C 노조 등은 '대선까지 파업한다'는 결의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파업을 통한 '낙하산 퇴진' 투쟁도 중요하지만 '공정보도'를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총선에서 뼈아프게 보여줬다. KBS·MBC노조가 불공정한 선거보도를 하지 않겠다며 팟 캐스트 <리셋KBS>,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선거보도를 한 것이 인터넷 등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지상파 방송의 편파보도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래서다. 이제부터 <조중동>은 여당과 정부를 위한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작동시켜 종편정책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것이고, 낙하산으로 낙인찍힌 양대 방송사는 여당의 선전 도구화가 돼 방송장악 청문회를 원천봉쇄 시키려할 것이 분명하다. 선거 직후 보수신문과 방송사들의 보도태도에서 드러나고 있다.
보수신문들은 선거후에도 김용민 후보에 일제히 화살을 돌렸다. <조선일보>는 12일 2면 '야권 "막말 나꼼수 김용민이 접전지역 표 다 날렸다'에서 "막말 파문이 수도권 젊은층보다 지방 장년층에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이는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는 곧 자신들이 만들어낸 승리'라는 믿음을 은근히 강요하는 것과 같다. <중앙일보>도 이날 2면 기사에서 "새누리 승리 배경엔 민주당이 김용민 막말 파문에 안이하게 대처하면서 역풍을 불렀기 때문"이라고 부추겼다.
야권·진보진영, 치열한 반성·통렬한 성찰·재정비 시급... 왜? 선거기간 내내 보수언론은 민간인에 대한 국가권력의 불법사찰 범죄를 '유사 폭로' 프레임에 가둬 저열한 선거전략의 하나인 물타기로 일관했다. 또한 특정후보의 옛 말과 특정정당인의 발언 중 일부를 '진짜 폭로' 프레임으로 확대 구축하고 이를 무차별 확산시켜 선거에 대한 냉소주의, 정치에 대한 혐오주의를 굳건히 하는데 기여했다. 이마저 모자라 총선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처럼 자축하는 모습을 경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벌써 보수신문들과 지상파방송사들은 대선 필승을 다짐하며 박근혜 띄우기와 줄서기에 매진하고 있지 않은가. 총선 승리에 도취된 보수언론들을 보면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국민이 위임한 알 권리'라는 소박한 믿음은 온데간데없는 '사치'임이 오싹하게 읽힌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하다.
야당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치열한 반성과 통렬한 성찰, 재정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도부 사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제라도 전 야권이 머리를 맞대고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통렬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야권의 체제 변화를 포함한 다각적인 쇄신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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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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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선거프레임 만들기... 조중동, 언론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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