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은 무지개를 넘어> 표지
좋은땅
우주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사람 목숨인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니 그놈의 학벌이나 지식이 그것을 언제 가르쳐 주던가요? 언제 배워서 깨달아요? 바보중의 바보가 뭔지 아시오?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어중이떠중이 아닌가요? 안다고 해도 머릿속에 있는 지식뿐이겠죠. 그 지식이 전부입니까? 세상에 남을 구타하는 것만이 폭력인줄 아십니까? 이곳 하늘나라를 다녀보면 알겠지만 지상에는 폭력배 사이비들이 많이 있지요. 언어, 글자, 지식, 으름장, 법, 종교, 정치폭력 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삿된 폭력과 사이비적 사람들이 많이 사는 세상 아니요? 많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소? -본문 32쪽-
스스로의 목숨을 가벼이 버린 진소리는 이승에서의 지식, 지위, 학력 등이 얼마나 가소로운 것인가를 먼저 실감하게 됩니다.
하늘나라는 일곱 관문(계)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죽어서 하늘나라로 온 사람이 이승에서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았느냐를 죄지경중(罪之輕重)으로 가려 관문별로 가는 곳이 결정되고 있었습니다.
낮은 관문, 첫 관문인 제의 일문계는 어둡고, 음습하고, 아비귀환으로 공포가 가득한 곳입니다. 자살을 하거나 살인을 한사람, 폭력을 휘두르고 남의 물건을 빼앗거나 겁탈을 하는 등 인간 이하의 삶을 산 사람들이 머무는 곳으로 한마디로 끔찍하고 살벌한 곳입니다.
일문계, 이문계, 삼문계, 사문계, 오문계, 육문계, 칠문계… 이승에서의 삶이 바르고 깨끗할수록 수가 높은 계에 머물게 됩니다. 충신열사는 오문계에 머물고, 성인의 반열에 든 인물들, 공자, 석가모니, 예수 등이 칠문계로 들기 위해 기다리는 곳이 육문계입니다.
<봉황은 무지개를 넘어>, 사후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작은 구멍차례대로 둘러보는 일곱계는 엄격하기만 합니다.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사연을 통하여 바라보는 인간들의 삶은 천태만상입니다. 드라마와 일상, 상상과 소설을 통해 우리가 그려볼 수 있는 사람 사는 모습들이 다 등장합니다. 자살한 사람, 프리섹스를 즐긴 자, 낙태를 당한 영혼, 낙태를 한 사람, 먼저 죽은 사람 등, 삶의 궤적에 따라 사후에 머무는 곳이 결정됩니다.
유교, 불교, 기독교, 토속신앙을 넘나드는 용어와 상황전개로 조금은 어수선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황당할 만큼 엉뚱하기도 하지만 무협지만큼 속도감 있고, 애정소설만큼 부드러우며 우리가 상상할 있는 모든 사후를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칠문계, 천문도주가 머무는 애심나라(애나라), 용과 봉황을 타고 황홀하도록 아름답고 모든 것이 풍족한 애심나라까지 다 돌아본 진소리는 애심세계의 홍보대사가 되어 죽은 후 8일 만에 다시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