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지원유세를 위해 1일 부산경남을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윤성효
'화장발' 박근혜와 '생얼' 한명숙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이 야권연대의 선거 전략보다 대단히 유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10.26 부정선거사건(이른바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이 터지자 정권차원의 심각성을 느끼고 박근혜를 전면에 내세워 조기에 총선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당명과 로고, 색깔까지 바꾸면서 변신을 꾀하더니 친이계를 대학살하는 공천으로 여론반전에 성공한다. 박근혜와 비상대책위원회가 내세운 반성과 쇄신과 변화는 그 알맹이가 얼마나 내실 있는가와는 무관하게 국민들에게 어필한 면이 있다.
그에 반해 한명숙이 이끄는 민주당은 오히려 공천과정에서부터 답답하고 구태의연한 모습만 보여줬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박근혜는 짙은 화장발로 얼굴에 묻은 얼룩을 감추었고 한명숙은 '생얼'로 들이민 격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그래도 우리가 화장이라도 좀 해서 얼룩이 보이지 않으니 그 정성을 봐 달라"는 얘기였고 한명숙과 민주당은 "원래 우리 얼굴이 깨끗한데 화장 같은 거 필요 없고 그냥 생얼로 나가겠다"는 얘기였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장하는 성의라도 보인' 박근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자 입장에서도 당연히 외모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남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화장발 변신'에 성공한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야권의 정권심판이라는 파상공세를 슬쩍 피해갈 수 있었다. 정권심판론을 피해가는 새누리당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변신, 둘째는 안보 이슈, 셋째는 물타기였다. 변신전략은 이미 언급한 '화장발'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안보 이슈는 사실 잘 먹히지 않았다. 3월말의 천안함 2주기와 핵안보 정상회의,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특히 정부 일각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의혹을 언론에 흘렸으나, 보수적인 조중동마저도 크게 보도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와 함께 전형적인 좌우대립이나 색깔론도 예전에 비해 현저히 그 효과가 줄어들었다.
물타기 전략은 이번 총선 최대의 쟁점이었던 청와대의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에서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노무현 때도 사찰이 있었다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 시간을 버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물타기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으나 그러기까지에는 시간과 노력과 설명이 필요했다. 박근혜는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오히려 사찰의 피해자로 포지셔닝했는데, 이것이 그의 '화장발 변신'과 맞물리면서 정권심판론을 흡수한 면이 있다.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명숙이나 이정희 등 야권 지도자들의 대응은 무척 안일했다. 90년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했을 때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4개항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한명숙이나 이정희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오히려 진상규명과 함께 정권퇴진운동을 벌였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권심판을 내세운 선거라면 이보다 더 강력한 선거운동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