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은하수사람과 사람, 공동체와 공동체를 연결하는 은하수
사회적경제센터
주민공동체 기반의 지역사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문정보의 수·발신과 지원 및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지역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인적·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2010년 3월에 설립된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는 지역주민 70명이 출자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중간 지원조직으로서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에게 요구되는 기능과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요구돼는 기대는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그 기대는 아무리 고도화된 전문가들이 결합한다 해도 물리적으로 도저히 다 채울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다른 생각과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5년 동안의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여정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마을주민들과 행정, 중간 지원조직, 대학, 금융기관, 민간비영리단체(NPO),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가 서로를 돕고 협력하는 관계망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각기 멘토와 멘티, 생산자와 소비자 혹은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 공동체와 공동체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했다. 그 수많은 관계망을 선과 선으로 연결하는 그림을 그리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가 꿈꾸는 사회가 바로 그 속에서 완성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농촌지역은 갈수록 과소화되고 도시와의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 방식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 이익을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하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에 대한 새로운 시각,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행정과 주민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촘촘한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결국 또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도시 변두리 어느 마을에 오래된 선술집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면 그 선술집에 모여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세월이 흘러 많은 주민들이 점차 도시로 빠져나가고 선술집에는 전보다 적은 사람들만이 모이게 됐다. 선술집 주인은 더 이상 장사가 안 되는 오래된 가게를 정리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소중한 사랑방을 잃어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가게 주인을 설득한다. 마을주민들이 조금씩 출자를 해서 그 가게를 마을공동체의 공간으로 만들고 그 공간을 주인이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영국 어느 작은 도시지역 변두리에 있는 '허즈웰'이라는 선술집 이야기다.
사전은 경제를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제의 '모든 활동'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만으로 치환시켜 버렸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돈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경쟁과 효율, 속도가 지배하는 거대한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돈으로 사고파는 '경제' 생활에 익숙해져 왔다. 그 익숙함 덕분에 우리는 돈으로 사고파는 것 이외의 '다른 활동'들은 더 이상 '경제'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를 따르자면 '허즈웰'은 문을 닫아야 옳다.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 선술집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선술집이 없어지는 것은 마을 주민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거나 다른 경쟁력 있는 술집이 그 마을에 다시 문을 여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농촌지역의 학교가 없어지거나, 병원이 문을 닫는 것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모든 문제는 자본시장의 자연스러운 결정에 따른 것이므로 그 결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된다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지금 우리사회는 신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허즈웰'에서는 저녁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고 이웃을 위해 소박한 바자회를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허즈웰'이 문을 닫지 않고 다시 마을 주민들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게 한 작은 꿈과 소박한 실천은 분명 '돈 안 되는' 행위이지만 그 결과로 주민들은 돈 이상의 것들을 얻게 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한 사례를 소개해 달라는 질문을 받는다. 완주에서는 어떻게 마을회사를 만들고 어떤 상품을 만드는지, 그 결과로 얼마의 이익을 내고 직원은 몇 명을 고용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늘 궁색하기 마련이다. 선술집 허즈웰의 이야기가 그 궁색함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게 해주는 좋은 사례로 남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창환씨는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 사무국장입니다. 이 글은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누리집(http://center4se.org)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소식은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http://center4se.or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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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 농부들... 이게 새로운 농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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