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이는 한동안 심장사상충 치료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큰 개인데도 흔쾌히 태워주신 택시아저씨, 너무 감사드립니다. 황금이 치료 도와주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독립문동물병원 원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전경옥
강아지라는 동물은 참 이상합니다. 사무실이든 집이든 마을이든 그 강아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대화를 나누기 때문입니다. '누가 밥을 챙겨 줄 것인가' '누가 오늘 산책담당인가' '오늘 아픈가' '저 행동은 무슨 의미일까' 등등. 소원했던 가족구성원들이 함께 강아지를 돌보면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강아지는 표면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니 가족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한 존재인 듯합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떤 소중한 것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사실 우리가 강아지를 돌봐주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강아지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동물들이 살기에 척박한 세상, 하지만 희망도 있다황금이가 주워먹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종합해 봤을 때, 쥐를 잡기 위해 설치해 놓은 쥐약 묻은 먹이, 혹은 길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독을 묻힌 것일 듯합니다.
물론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는 쥐들이 들끓지 않겠지요. 서로 천적이니까요. 간혹 고양이를 너무 싫어하시는 분들에게 왜 싫으냐고 물으면 속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더군요. 그냥 울음소리가 싫고, 눈빛이 싫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피폐화시킬 정도의 피해가 아니라면 굳이 고양이들을 박멸해야 할까요. 공존을 위해 잠깐의 불편조차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는 여유없는 사람들의 시선은 안타깝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고양이들이 우리 인간에 비해 약자고, 무엇보다 그들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황금이도 그런 사람들의 무심한 행동에 희생됐는지도 모릅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2010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유기동물은 총 10만899마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중 2만6996마리가 안락사되고, 2만5096마리는 분양, 1만9066마리는 보호소에서 폐사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보호소에 신고를 받고 입소한 동물에 한정된 통계입니다. 길거리에서 '로드킬'을 당해 죽었거나 누군가 식용으로 활용한 강아지까지 합하면 15만 마리는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연적 생을 다하지 못하고 인위적인 방법에 의해 삶을 마감하게 만드는 안락사도 끔찍하지만, 길거리에서 다쳐 고통스럽게 방치돼 죽거나 낯선 사람의 손에 끌려가 공포 속에서 죽어간 동물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제가 동물보호 분야에 관심을 가져 채식을 시작하고,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5년도부터니 저도 벌써 8년 차 활동가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다치고 불쌍한 동물을 보는데 익숙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길거리를 떠도는 개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다치고 학대받은 동물을 봐야할 때가 되면 심장이 쿵쿵 뜁니다.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지만 심리치료는 꿈도 못꾸고, 아직도 여전히 최소생계비 같은 돈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나는 천사도, 영웅도 아닙니다. 대학교 때부터 늘 입버릇처럼 말했던 나의 신념대로 행동하는 것뿐이죠. 진리를 향한 열정. 인간이라는 이유로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잘못됐고,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진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