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쌍문동 우이성당 인근 주택가 골목 한 켠에 ‘은밀히’ 부착된 선거벽보
김영동
물론, 선거벽보 중 일부가 황당한 장소에 부착된 사실만 가지고 "투표율을 낮추려는 음모"라고 이야기한다면 유치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디도스 사건을 집단 경험하며, 국민이 지금의 정부가 선거 참여 독려에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번 4·11 총선에서도 젊은 층의 '새로운 선택'에 대해 경계하는 보수 진영의 움직임은 이런 의혹을 더욱 키운다. 최근의 MBC임원회의에서 선거 개표방송에 대해 논의하며 '오후 4시부터의 선거방송은 위험하다'는 말들이 나왔고, "젊은층이 투표를 많이 하는 시간대에 투표율을 보도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여당측 차기환 이사의 발언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일례다.
"ㅇㅇㅇ을 찍자"가 아니라 "투표하자"가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되는 이상한 나라, 비상식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만큼 누군가에게는 이 사회의 주류가 아닌 평범한 이들의 선거 참여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가 불편한 이들은 민(民)이 아닌 자신들이 이미 주인으로서 누리고 있는 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성가신' 선거를 치르기 한참 전부터 일상적으로 반대세력을 사찰하고, 대중의 귀에 자신들만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장악해 왔다. 그래서 2012년 4월의 민주 시민의 할 일은 '대중의 권력'으로 '1%를 위한 권력'이 두려워하는 일들을 벌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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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혁'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노래 만들고 글을 쓰고 지구를 살리는 중 입니다. 통영에서 나고 서울에서 허둥지둥하다가 얼마 전부터 제주도에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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