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집회 당시 고2 여학생이었던 이유진씨
이동철
- 촛불집회가 이후에도 여러분들의 정치참여에 영향을 미쳤나요?
유진 : 촛불집회를 한 달 정도 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아, 이렇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그 뒤로도 교육감 선거 당시에 학생의 입장에서 교육감 선거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글을 기고하기도 했어요. 촛불집회는 내 스스로 조금 더 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였죠.
자현 : 촛불집회 이후 사회문제에 대한 참여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촛불이 이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 답을 준 적은 없었거든요. FTA 반대 시위도 나갔었고 '희망버스'에도 탔었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무엇이 옳은지 알고 싶었어요. 당시 사회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주장에 공감했어요. 그러나 방법적인 부분에서도 옳았었나 하는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죠.
지수 : 촛불집회 이후 촛불이 우리사회에 미친 정치적 영향에 대한 토론회에도 참여했고 관련 책에도 관심을 가졌어요. 이를 통해 시민으로서 정의롭지 못한 국가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구나 하는 것도 느꼈죠.
- 촛불집회 이후에도 4대강 문제, 용산참사, 한미FTA와 같이 주요 정치·사회적 이슈에 참여했나요?유진 : 아니오. 촛불집회 당시는 정말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참여했는데, 언론에서 생각 없이 휩쓸렸다고 왜곡하니까 가기가 꺼려지더라고요. 두 달 넘게 촛불을 들었는데 협약 체결하는 것을 조금 미루는 정도였어요. 해낼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힌 것 같아요. 집회를 해도 변하는 건 없으니까 점점 참여를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현 : 점차 시들어 간 것 같아요. 지루해 졌다고 해야 되나. 예를 들어서 반값등록금 시위를 계속했잖아요. 근데 결국에는 실현이 안 되고, 한미FTA도 열심히 했었는데 통과되니까 허탈했어요. 보람을 얻지 못하니까 있는 관심도 떨어져나가는 것 같아요.
지수 : 촛불이 갖는 의미가 평화·비폭력인데 이제는 반값등록금 집회에서도 촛불을 꺼내들잖아요. 문화제라든지 집회성격이 바뀐 건 좋은데 너무 흔해졌다고 해야 하나 너무 상투적이라고 해야 하나. 시위의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잘 안 와닿는 것 같아요.
영호 : 전 개인적으로 제 정치적 성향을 누가 물어봤을 때 보수다 진보다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FTA 시위나 반값등록금 촛불시위에 참여를 했어요. 저는 한때 유시민씨가 쓴 책을 읽고 한미FTA를 꼭 해야 된다는 입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읽었던 책의 저자가 그 한미FTA 반대 시위에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거예요. 유시민씨가. (웃음) 그때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FTA를 찬성하는 제 입장에 대해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었거든요.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해준 사람이 몇 년이 지난 다음에 거기 앞에 딱 서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같이 참여했던 선배들도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해답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냥 구호만 외치고 있을 뿐이지.
반값등록금의 경우에도 취지는 좋은데 정확하게 반값등록금이 뭔지를 짚어주는 그런 주체가 없더라고요. 반값등록금 실현은 어떻게 할 것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있는지 그런 것에 대한 해답은 주지 않고 그냥 구호만 외치다 보니까 제가 지치더라고요.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대학생들이 시위하고 있으니까 어른들한테 떼쓰는 느낌. 회의감이 들었죠.
유진 : 정치적 사안에 대해 관심은 있어요. 다만, 수만 명 중에 1명으로 집회에 나가서 내 의견을 표출했을 때, 국가 정책에 내 의견이 반영이 안 되고 공권력에 의해 무시당하고 억압당하는 경험을 거치며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죠.
지수 : 저는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사회적 사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포털에 나의 의견을 알릴 수도 있는 거고, 학내에 대자보를 쓸 수 도 있는 거잖아요. 다시 한 번 광우병 촛불집회 처럼 전 국민의 사회참여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속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2010년 6·2 지방선거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는 참여했나요?자현, 영호 : 투표권이 없었어요.
지수 : 저는 2010년 지방선거에 참여했죠. 그 때는 후보 보다는 당만 보고 결정했어요. 반MB 정서 때문에 민주당을 찍었죠.
유진 : 저는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했는데 야권을 지지했어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찍으면 왠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했죠. 내 생각과도 안 맞았고요.
"새누리당 싫어서 야권 찍어... 'MB 비판'이 다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