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간인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각계 인사 시국선언'에 참석하고 있다.
권우성
4월 6일자 <한겨레>는 그와 한 긴 인터뷰에서 그가 당한 고통의 한 부분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항상 쫓기는 꿈을 꾼다. 수년째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다. 검찰 기소 당시, 기흉 수술을 두번이나 받고 제대를 한 달 앞둔 아들은 강원도 원주에서 춘천의 전방부대로 발령났다. 아들과 딸은 김 씨에게 시시때때로 "한국을 떠나서 살자"고 하고, 아흔셋인 장인은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면서 울기만 한다고 했다."이런 고통 속에 살아 온 김종익씨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족의 사소한 즐거움, 평범한 행복이 모두 사라졌어요.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아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을 겪었으니까요. 국가가 개인의 생계수단을 빼앗는 폭력을 자행하고도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어요. 이런 사회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2012년 봄, 대한민국의 참담한 모습입니다. 이명박 정권, 수구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이 사회의 참혹한 모습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같은 풍경이 지금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심의해서 제재를 가하는 이런 빵꾸똥꾸 같은 나라,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정책을 비판한다고 하여 제작진을 체포하고 기소하는 나라, G20 포스터에 쥐 한 마리 그렸다고 처벌하는 나라, 쌍용자동차 사건 등 사회적 쟁점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고 하여 방송에서 퇴출시키고, 감시하고 겁박하는 나라, 언론의 기본인 '사실보도'와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을 하지 못해 마침내 저항하기 시작하는 방송사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을 마구 해직하고 징계하는, 권력의 친위세력이 방송을 지배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 민주주의의 뿌리인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사회적 조건과 토양에서 젊은 당신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면서 당신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토양에서 문화의 꽃이 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디 그 뿐인가요. '반값 등록금' 거짓말, 행정도시 이전 거짓말 등 온갖 거짓이 판을 칩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권력과 돈에 허기가 졌는지, 집권세력 핵심들의 불법과 비리와 부정의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보다는 '효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논리, 강자와 가진 자의 논리가 사회를 압도합니다.
그러한 논리를 전파하는 수구언론에게 종합편성 채널까지 주면서 여론의 다양성은 파괴되어 갑니다. '부자감세'처럼 강자와 가진 자에게 더 많은 것을 듬뿍 주는 경제정책으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남북 화해와 평화 공존보다는 냉전식 대결을 부추기면서 막대한 예산으로 미국 무기를 마구 들여오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자연을 파괴할 뿐 아니라, 제한된 예산을 그렇게 낭비함으로써 미래를 위해, 복지를 위해 써야할 국가 재원이 고갈되고 있습니다. 걸핏하면 '빨갱이 타령'으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몰아세웁니다. 투표율이 높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무리들이 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