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고시촌에는 '컵밥'을 파는 노점이 있다. 하지만 이 컵밥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규정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는 2000~2500원짜리 컵밥이 있다. 컵밥은 노점상에서 판다. 일회용 용기(컵)에 밥과 반찬을 함께 담아주는데 선 채로 5분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시간과 돈을 아껴야 하는 고시생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컵밥이 사라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고시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탓이다. 매출이 줄은 식당 주인 등은 컵밥을 단속해 달라고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그리하여 밥값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하늘 아래, 2000~2500원짜리 컵밥은 설 자리를 잃었다.
노량진 노점상이 구청과 '타협'한 탓에 이미 몇 가지 메뉴는 사라졌다. 하지만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길거리 컵밥집은 카레덮밥, 오징어덮밥, 제육덮밥, 규동, 김치찌개덮밥 등 웬만한 덮밥 메뉴를 다 갖추고 있었다.
노량진 '명물' 컵밥 사라진 위기노량진 고시촌 생활 1년 차라는 한 고시생은 "서울에서 한 끼 먹는데 이만큼 싼 데가 어딨나"라며 "값도 싸고 메뉴가 다양해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먹는다"라고 말했다. 한 컵밥집 주인은 "학생들은 싸고 맛있게 빨리 먹어야 되는데 컵밥은 그런 요건을 다 갖췄다"고 설명했다.
조금씩 자취를 감추는 컵밥. 카레밥과 오징어덮밥을 팔던 컵밥집은 이제 핫바를 팔고 있다. 오므라이스와 소시지를 팔던 노점상 주인은 라면을 팔 계획이다. 그 외의 컵밥집들도 메뉴를 바꿀 예정이다.
도대체 값싼 컵밥을 둘러싸고 노량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3일 '민주 노점상 전국연합(민노련)'의 노량진 지역장 양아무개씨를 만났다. 양씨는 "고시촌 뷔페식 식당 주인들이 요식업중앙회를 통해 구청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컵밥은 잘 팔리는데, 식당은 장사가 안되니까 주인들이 많이 분노했다"며 "(결국 구청에서) 컵밥을 팔지 말라고 우리들에게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