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여성·노인 폄하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른 민주통합당 김용민 노원갑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경로당을 방문해 할머니에게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열거한 복마전의 끝에 김용민의 막말 발언이 터져 나왔다. 2004년 한 인터넷 방송에서 "유영철을 풀어 가지고 부시, 럼즈펠드, 라이스는 아예 XX을 해서 죽이는 거예요"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발언 자체보다 저런 말을 해도 웃고 넘길 수 있는 스튜디오 내부의 공기가 더 오싹했다. 당초 방어적으로 대처하던 김용민은 문제가 커지자 트위터와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과했다. 트위터에서의 사과는 "과거에 했던 개그나 연기라 해도"라는 단서를 붙여 다소 미온적인 인상을 남겼으나, 동영상을 통해서는 모두 짊어지고 가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이 문제로 김용민이 후보 사퇴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발 빠른 사과가 있었으니 결과로 책임지면 될 일이다. 문제는 야권연대 내부로부터 발화된 김용민을 옹호하는 논리들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김용민의 발언에 대해 "끝까지 들어봐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흑색 비난일 뿐이라며 "김용민을 끌어 내리려는 정치 알바들의 공세"라는 사람도 있었다.
김용민의 지인으로 보이는 탁현민이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오늘까지 이어지는 새대가리당의 찬란한 성희롱의 역사에 비하면 김용민의 발언은 집회하다 교통신호 어긴 것 쯤 된다. 낮에 본 트윗처럼 그가 한 말이 성희롱이라면 전두환을 살인마라고 하면 노인학대고 이명박을 쥐새끼라고 하면 동물학대다"라고 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인용한 글은 이들의 논리를 명쾌하게 함축한다. 이들에게는 1) (이명박 정권이라는) 거악이 있다. 2) 거악에 대항하고 이를 심판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든 동원될 수 있고, 그 수단이 아무리 폭력적인 것일지라도 거악이 행사하는 폭력과 비교해보면 유의미하지 않다. 즉, 이것은 성전이다. 3) 이들의 폭력을 비판해 당위를 희석시키는 모든 종류의 지적은 악의적이며, 그것을 입 밖에 뱉는 순간 우리 편이 아니다.
이건 자경단의 논리다. 그들의 당위는 거악의 존재 자체로부터 수혈받는 것이다. 옳은 편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신앙화되었을 때나 가능한 합리화다. 그런 맥락에서 성전을 수행하는 탈레반의 논리이기도 하다.
옳은 편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당위는 야권연대를 움직이는 동력의 근간이다. 궁극적으로 옳은 일이기 때문에 다소간의 이견이 있더라도 퉁쳐서 진영논리를 채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연대는 필연적이다. 정치사의 수많은 장면들이 그렇게 만들어져왔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다소간의 이견'인가에 관해 우리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만 한다.
한계를 명백히 알면서도 절충된 구호에 만족하는 것, 내가 행사할 한 표가 죽은 표로 전락할까봐 실제 내 의견과 계급 정체성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야권연대가 과연 스스로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에 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쯤에서 영화 한 편을 들여다보자.
"정치인들 대다수가 영혼을 팔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이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