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원 성폭행범 보도, 취재 아닌 수사했나

세밀한 묘사 구역질날 정도... 중국동포 혐오감도 부추겨

등록 2012.04.07 17:48수정 2012.04.0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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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기도 수원 지동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경찰 초동수사가 거의 '먹통' 수준에 가까워, 과연 경찰이 시민을 보호할 자격과 능력을 가졌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살해된 여성이 112신고센터와 통화한 시간은 1분 20초. 대화시간을 포함해 총 7분 36초였다. 피해여성은 "살려주세요", "악 악"을 외쳤지만 경찰은 "집이 어디입니까"라면 되물었을 뿐이다. 더구나 경찰은 1분 20초 가량만 통화했다고 했지만 실제 시간은 이후 6분 16초나 더 지속된 것으로 밝혀지는 등 경찰이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 더 컸다.

파문이 확산되자, 결국 경찰청은 6일 이번 사건 지휘책임을 물어 수원중부서 김평재 서장과 조남권 형사과장을 경기경찰청 경무과로 대기발령 조치했다. 서천호 경기경찰청장도 이날 사과문을 발표해 "경찰의 미흡한 현장 대응으로 국민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해 피해자와 유족과 국민에게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경찰청장 사과만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경찰 총수인 조현오 청장도 책임질 중대한 문제다. 경찰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 수원 성폭행 살해범 실명과 사진 그리고 집 내부 공개

a  조선일보는 7일자 10면에서 수원 성폭행 살인 범인 오 아무개씨 실명과 사닌 집 내부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7일자 10면에서 수원 성폭행 살인 범인 오 아무개씨 실명과 사닌 집 내부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 조선일보


오아무개씨의 성폭행과 살인 방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집 내부 구조까지 샅샅이 공개하고, 그가 조선족(중국동포)라는 이유만으로 더 큰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

"본지는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의 범인 오00(42)이 살던 동네를 탐문하고, 범행 현장인 오씨의 집에 직접 들어가 '살인마' 오00의 흔적을 확인했다. 7일 <조선일보> [단독] 수원 살인마 조선족의 집에 가보니.."


<조선일보>는 7일자 10면에서 피의자 오아무개씨 실명과 사진 그리고 집 내부 구조까지 낱낱이 보도했다. 또 "기자가 그의 집에서 발견한 여권 사본엔 출생지역이 중국의 '네이멍구(內蒙古)'로 돼 있었고, 그는 19.8㎡(6평)짜리 단칸방에 보증금 100만 원, 월세 15만 원에 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비록 사본이지만 범인 오씨의 여권까지 뒤졌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을 취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기자는 그의 방안에서 도수 38도짜리 중국술(白酒)과 여성 누드사진으로 된 카드, 여성 생리대 등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어진 기사를 보면, 거의 경찰 수사 수준으로 취재했음을 알 수 있다. 기사를 읽어가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노파심으로 이야기 하지만 다른 이에게 살해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기사를 읽어가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결론은 '사이코패스'

기사는 이어 오아무개씨가 성매매를 암시하는 명함, 여성 누드 사진, 도수 38도 중국산 술 따위를 마셨다고 전했다. 그리고 오씨가 통장에 남은 잔액까지 세세히 전했다. 전문가들은 오씨의 행태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증세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추측일 뿐이다. 범행 동기와 이유, 방법 모든 것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또 오씨에 대한 정신 감정도 나오지 않았다. 오씨 사진과 실명, 집 내부 구조까지 낱낱이 보도하면서 결론은 추측에 가까운 것이다.

특히 오씨가 중국동포로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혐오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조선일보>의 <조선닷컴> 기사에 대해 한 누리꾼은 "정말 같은 민족이라하기엔 너무 야만화 된 또 중국과 한국 사이에 박쥐같은 존재인 조선족"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조선일보> 외 다른 언론들도 오씨를 중국동포 또는 조선족으로 보도하자 포털 누리꾼들도 "조선족은 같은 고통을 줘야 한다", "불법체류자 집중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한국계 신학교 오이코스 대학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범인은 고아무개씨(43)였다. 7명이 숨졌다. 그런데 미국 사회는 고씨를 '한국인'으로 보지 않고, 그냥 한 개인으로 봤다. 그리고 지난 2007년 4월 16일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범인 조승희씨는 무려 27명을 살해했다.

하지만 당시도 미국 사회는 '한국인' 조승희가 아니라 '범인' 조승희로 봤을 뿐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중국동포나 동남아인이 이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동포와 동남아 사람들이 서울 거리에 다닐 수 있을까?

오씨는 '중국동포'가 아닌 '범인'일뿐이다. 오씨는 중국동포로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성폭행과 살인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오씨가 중국동포라는 이유로 중국동포를 혐오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조선일보>의 신상털기 보도 역시 부당하다.
#수원 #성폭행 #경찰청 #초등수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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