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지난 3월 25일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나꼼수 멤버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와 함께 필승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소연
이번 총선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김용민이 젊었을 때 막말을 좀 했다 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하나는 부시와 라이스, 럼즈펠트 등 전쟁광들을 좀 어떻게 해 보자는 이야기 중에, 또 하나는 서울광장에 출몰하는 노인들을 좀 어떻게 해 보자는 이야기 끝에 나온 장광설이다. 내 생각으로도 좀 심한 비유를 구사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그가 자진사퇴해야 한다느니, 민주당이 그를 사퇴시켜야 한다느니, 민주진보 진영까지 나서서 아우성치는 것은 정상을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늘 반복되는 패턴, 진보진영의 한 술 더 뜨기도대체 과거의 막말 때문에 지금의 김용민이 국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김용민의 나이는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이었다. 그렇다고 부시는 물론 클린턴까지도 철이 덜 들었을 때 마약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먹이거나, '젊었을 때 막말 한번 해 보지 않은 자, 김용민에게 돌을 던지라'는 논법으로 그를 변호하려는 것 역시 아니다.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온갖 여성 비하를 자행해 온 수많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후보들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타기'를 시도할 의도도 전혀 없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누구나, 그것이 진보가 됐든 퇴보가 됐든 변화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8년 전 그때 김용민은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과 진보를 향한 열정에도 보잘것없는 학벌 때문에 주류 방송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고작 인터넷 성인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었다. 차츰 실력을 인정받아 주류방송에서도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가 결정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통해서였다.
그는 <나꼼수>에서도 '씨바' 'XX지 마' 등의 용어를 거리낌없이 구사했다. 솔직히 나는 <나꼼수>에서 '씨바' 혹은 'XX지 마' 등의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불쾌하다기 보다는 머리칼이 쭈삣 설 정도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편이다. 내가 그런 소리들을 욕설이 아닌 일종의 '추임새'로 받아 들이는 것이, 별 악의없이 욕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내 젊은 날의 추억 때문인지, 지금도 가끔씩 후련하게 욕 좀 하고 싶은 잠재의식의 발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김용민이 주류방송에서도 막말을 했거나 'XX지 마'를 남발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방송의 제작 방식과 전달 형식, 목표로 삼는 청취자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 번 더 솔직해지자면, 내가 만일 그때 그 인터넷방송을 들었더라면 그때도 역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킬킬 웃었을 것이 분명하다. 김용민에게 상황을 살피고 자리를 가리는 능력이 있다면 내게도 주류방송을 들을 때의 자세, 인터넷방송을 들을 때의 자세를 달리할 만한 능력이 있는 것이다.
진화하는 김용민의 균형감각, 과거에서 미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