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불법사찰 진상규명 촉구 촛불집회가 4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 대한문앞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비상행동' 주최로 열리고 있다.
권우성
이외에도 사찰-동향 보고 문건에는 영·호남 지역 인사 간에 뚜렷하게 대비되는 동향 보고나 사찰 결과가 포함돼 있다. 대체적으로 호남 출신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고, 영남 출신에 대해서는 우호적 표현이 눈에 띈다. 이 때문에 기관장이나 핵심 보직에 있는 호남 출신을 솎아내기 위해서 '표적 사찰'을 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예를 들어 박OO 총경(전북 정읍)에 대해서도 "호남 출신 직원들과 비선 조직인 민관 협력단체(향우회)를 결성하는 등 청렴성이 의심된다"고 동향보고에 기록돼 있다. 또 이OO 소방감(전남 순천)의 경우 "같이 근무하던 경북 출신 OOO 계장을 중앙소방학교로, 경북 출신 구조구급과 OOO 계장을 제주도로 발령냈다는 후문으로 지역색이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경찰대 1기 출신 고위간부에 대한 청렴-도덕성 평가에서도 한 호남 출신 치안감에 대해서는 "OO서장 재직시 지역 건달과 골프를 치는 등 자주 어울렸고, 업무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교통안전계장을 편애하여 청렴성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영남 출신 치안감들에 대해서는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외부인은 만나지를 않고 술자리 참석도 최소화하는 등 자기관리가 뛰어나 관련 잡음은 없음"(이강덕, 경북 포항) "부인이 교사이며 사생활이 깔끔하고 자기관리가 뛰어나 관련 잡음은 없음"(서천호, 경남 남해)으로 평가해 대조를 이뤘다.
경찰 이외에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최저액으로 언론에 회자된 최성룡(전남 나주) 소방방재청장 등을 제외하고는 호남 출신임을 문제 삼아 부정적 평가를 내린 사례가 많았다. 이를테면 한 호남 출신 간부에 대해서는 "DJ정부 소방준감으로 승진한 전 정부 수혜자이면서도 계속 중용되었으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 간부공채 출신 선배들과 사이가 좋지 않음"이라고 악평을 한 반면에, 포항 출신 간부에 대해서는 "OO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전형적인 노력형으로 공사생활이 건전하다는 평"이라고 상반된 평가를 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 인사과장을 지낸 김문석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에 대해서는 '경기 수원 출생'이라고 적시하고서도 "보건복지부 특정파벌(호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의 중심인물로서 정보를 독점하고 인사를 농단함"이라는 표현과 함께 복지부내 '호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출신 인맥의 명단을 열거하고 있다. 김문석 국시원장은 MB 정부의 공기업 '표적 사정', 즉 가카의 졸개들이 동향보고에 적시한 표현으로는 "전 정부에서 부적절하게 임명된 공기업 인사 가려내기"의 주요 표적이었다.
군사정부 시절의 '호남 홀대'를 넘어선 '호남 학대'국가 정보기관에서는 직원을 공채할 때 지역 할당제를 적용한다. 국가정보원에 상대적으로 지방 국립대 출신이 많은 배경이다. 이같은 원칙은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도 지켜졌다. 특정지역 출신의 과다 대표성과 권력 독점은 조직 안팎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을 막아 정보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정보의 왜곡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작성한 장·차관 직무역량 평가나 공직자 동향보고서 말미에 첨부한 '자료 입수 경위'를 보면 거개가 각 해당 부처의 영포 라인 공무원들과 감사관실 직원 그리고 해당부처에 출입하는 '조중동' 기자들과의 면담 결과다. 조중동 출입기자들의 장·차관 평가를 반영한 면담결과는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녹취록'까지 첨부했다. 결국 주고받은 정보의 '소스' 자체가 '같은 편끼리'다보니 생산된 정보도 왜곡과 편견으로 가득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동원된 영포 라인 졸개들은 공직윤리지원관들이 아니라 공직윤리'파괴관'들이었다. 그들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하기 위한 공직자 동향보고를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로는 비밀 사조직을 만들어 호남 출신 공직자들을 솎아내고 '왕따' 시키기 위한 '현대판 지역 연좌제'를 작동시켰다. 이는 과거 군사정부에서부터 김영삼 정부까지 이어진 공직사회에서의 '호남 홀대'를 넘어선 '호남 학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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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호남출신...충성인사로 발령해야" 이명박 '호남 솎아내기', YS보다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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