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2012년 2월호 <매거진군산> 표지 모델들
조종안
전북 군산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재미나고 따뜻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어온 월간지 <매거진군산>(이하 '맥군')이 창간 한 돌을 맞았다. 가정에서 돌상을 차리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무병장수를 빌듯, <맥군>을 아끼는 독자들과 함께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1백 호, 아니 1천 호로 이어지기를 기원해본다.
군산시 중앙로 1가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맥군>은 이진우(43) 발행인과 진정석(41) 편집인, 박유경(디자이너) 팀장 체제로 움직인다. 이 발행인 본업은 산업디자인 전문회사(ICM)를 운영하는 '아트디렉터'(예술감독). 진 편집인은 무역업이 본업으로 '포토그래퍼'(사진작가)이다.
<맥군>은 자신이 취재할 대상을 정하고 정보를 받기 위해 필진과 편집진이 월초에 합평회를 곁들인 편집회의를 연다. 필진은 군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자유기고가,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소설가, 객원기자, 시민기자 등 10~15명. 그들이 기사를 작성해서 송고하면 편집부의 최종 편집을 거쳐 인쇄에 들어간다.
창간호(2011년 4월)와 2012년 3월호, 무엇이 달라졌나?열두 번째(3월호) 발행된 <맥군>을 손에 쥐면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서다. 창간호(2011년 4월)는 표지까지 40쪽으로 얇아서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 몇 달 후 44쪽(8월)으로 늘더니 9월엔 껑충 뛰어 68쪽, 10월에는 80쪽, 11월부터 계속 84쪽으로 두툼하게 발행되고 있다. 시민기자도 3명이나 확보하고, 필진도 4명(창간호)에서 11명(3월호)으로 늘면서 월간지로써 위상을 갖추었다.
창간호 표지모델은 KB중공업(주) 유현동(46) 부사장. 유 부사장은 경기도 출신이면서 전북 군산에서 발행되는 잡지 표지모델로 뽑히는 행운을 안았다. 이진우 발행인은 "이웃에서 흔히 보는 중년의 아저씨로, 군산출신보다 더 군산스러운 경기도 사나이여서 모델로 삼았다"고 했다. <맥군> 3월호 표지모델은 미래를 선도하는 군산JC 김종서(38) 회장으로 그와의 인터뷰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두 아이를 둔 아빠이자 건설회사 대표로 모든 면에 진취적이고 긍정적이라는 김 회장 표정에서 카리스마가 넘쳐났고, 그동안 모델 중 가장 젊어서 그런지 과수원에서 갓 따온 복숭아처럼 신선하게 다가왔다.
3월호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언제부터 이렇게 성숙해졌나?' 소리가 절로 나왔다. 창간호 표지모델의 숨은 얼굴을 찾는 독자에게 식권을 제공하는 '현동이를 찾아라!'만 봐오다가 "이달부터 맥군의 오탈자를 찾는 분께 추첨을 통해 상품을 드리겠다"는 설명과 '맥군의 오타를 찾아라!'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 작은 이벤트이지만, 자신의 흠집을 발전의 자양분으로 산화시키려는 편집진의 지략(智略)을 동시에 느꼈다.
창간호에서는 구 역전 새벽시장을 생생하게 전달한 이화숙 자유기고가의 '도깨비 시장에는 희망의 도깨비가 산다!'가 특별 기획기사로 다뤄지면서 이 시대 서민을 대표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도깨비 같은 이야기가 희망과 푸근함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지면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3월호는 오성렬 자유기고가의 '인장도(印章刀)와 함께한 애환의 60년'을 메인스토리로 올렸다. 주인공은 군산 중앙로의 좁은 골목에서 도장포를 운영하는 김병문(75) 어른. 기사는 6쪽 분량으로 고통과 애환으로 점철된 김 어른의 인생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애틋함을 가슴으로 느끼며 읽었는데, 젊게 사는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제가 워낙 속없이 살아서 그런가 봅니다'라며 겸연쩍게 웃는 김 어른 모습을 표지모델로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군산은 농업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은 농어촌 복합도시로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축산농가 피해를 앞두고도 소(牛) 문제는 시민에게 외면당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아버지 농사일을 도와드리다가 7년 전부터 소를 사육하고 있다는 신만재(36)씨와의 인터뷰 기사 '소는 가 키우냐고!' 작은 감동을 주었다. 편집진이 직접 현장을 찾아 '젊은 나이에 축산업을 시작한 배경', '최근 일어났던 소 파동', '수입산 소와 한우의 차이', '축산농가의 어려움', '축산업의 비전' 등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