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1번 이유진 후보가 동작구 성대골 도서관의 '절전과 재생에너지' 정기모임에 참석해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녹색당 제공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 다섯명의 후보를 냈다. 핵발전소 문제가 불거진 지역구(부산 해운대기장을,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군) 후보 둘과 비례대표 세 명. 지난해 10월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려 올 3월에 창당한 녹색당이 선거에 너무 급히 뛰어든 게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환경운동 명망가 위주의 출마 후보들 이력만해도 녹색당이 표방하는 풀뿌리 정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생략된 당원민주주의는 없었다고 한다. 당원들의 직접 추천을 거쳤고 비례대표 순번은 당원 직선으로 결정했다. 순번을 정해놓고 찬반 투표를 하거나 '전략 공천' '낙하산 공천'을 한 정당과는 판이했다.
14년 동안 탈핵과 에너지전환 운동을 펼친 현장운동가 출신 비례대표 1번 이유진(37) 후보와 이야기를 나눴다.
"급하게 시작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후쿠시마 사고 1년 후 핵발전소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급증하고, 4대강,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 국가의 일방적인 정책집행이 계속 말썽이 되고 있잖아요. 과거 정치구도에서는 차선의 선택만 강요 당했지요. 그런 상황에서 녹색당이 선명하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보다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는 게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봤어요. 이제는 찍을 정당이 생겼다고 생각할 분들이 있을 거라 봐요."그는 2012년이 한국이 '핵발전 없는 세상'으로 가는 출발점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차악'이 아니라 '최선'을 택할 수 있는 정치를 녹색당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비례후보로 선출해준 7300명 당원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들이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제가 비례대표라고 해서 함부로 결정 내리고 당내 의견을 종합할 수 없어요. 정치공학이 아니라 가치에 좌우되는 정당, 이게 우리 당의 취지거든요. 당원 분들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다들 '내 당'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질문도 많이 받아요. '녹색당은 어떤 사람들이 합니까?' 제가 답하죠. '우리는 7300명이 합니다'라고요. 그런 질문 자체가 몇 명이 당의 간판으로 나서는 한국 정치문화를 보여주는 거예요. 정당 존속 요건인 2%가 안 돼도 다시 부활할 거라고 믿어요." 14년간 시민사회에 몸담았던 그에게 정치는 생소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정치'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가 분명했다.
"운동할 때는 들어주는 사람이 얼마 없어요. 당장 국회의원이 되려고 출마한 게 아니라 우리 세대가 이대로 가서는 미래가 없다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나왔어요. 몸은 힘들고 마음도 힘들지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모여서 만든 당이니까요."'삶의 지속성' 강조하는 녹색당녹색당은 종종 탈핵이나 탈토건 같은 생태·환경 분야에 국한된 의견을 표출하는 정당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녹색'이라는 가치가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가 덜 알려진 탓이다. 녹색당은 사회양극화, 노동유연성, 청년·여성·장애인·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요컨대 노동에 대한 녹색당의 관점은 이런 식이다. "덜 일해도, 덜 풍족해도 지속가능한 삶을 살자."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성장이 아니라 '삶의 지속성'을 더 강조하는 녹색당은 여전히 경제성장률과 같은 수치를 언급하는 기존 정당과 차별된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급진적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있다. 그 실례가 지난 3월 3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발표한 '자치·환경·평화·에너지·미래세대 분야의 제주지역 5대 정책공약'이다. 공약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특수성을 감안한 실질적 지역자치 실현와 환경과 평화의 섬으로서 제주를 지키자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
"저희가 모든 지역에 특화된 정책을 발표할 수는 없지만. 제주에서 도민들이 생각하는 자치 정책을 독자적으로 내놨어요. 평가가 좋았습니다. 소수자들이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저희가 계속 이야기해야죠."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들이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