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Occupy 대학생 운동본부를 이끌며 텐트활동 중인 김재섭씨.
김지수
"그런데 텐트 생활 중에 교수님한테 멱살을 잡힌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요.""맞아요. 첫날 점심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선전전을 했는데, 어떤 교수님이 오셔서 뭐라고 막 소리를 지르고 가셨어요. 그때 저는 발언하느라 그걸 미처 몰랐는데, 갑자기 얼마 후에 다시 오셔서 '시끄럽다고 (텐트) 치우라고 했지, 너 내가 누군줄 아냐'며 다짜고짜 제 멱살을 잡으셔서… 놀랐어요."경희대 오큐파이 첫날, 트위터를 통해 '텐트에 있는 학생들이 교수에게 멱살을 잡혔다'는 멘션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묻자 재섭씨는 "근처 단과대의 화학과 교수님이었는데, 확성기를 강제로 가져가려고 하셔서 그걸 막다가 계속해서 사과한 끝에 간신히 찾아올 수 있었다"며 "활동이란 게 참 어렵다"라고 씁쓸히 웃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활동을 독려해주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재섭씨는 "어떤 분은 말도 없이 텐트 안에 들어와 음료수를 내밀고 가기도 했고, 어느 외국인 교수님은 '사진을 찍어서 나한테 보내주면 미국에 뿌려주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텐트를 세우고 있는데 어떤 분이 '우리 자식도 대학생인데 남 일 같지 않다, 힘내라'고 하고 가시기도 했어요. 알고보니 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다니는 분이셨어요. 아시겠지만, 대학생들이 운동하다가 '힘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없잖아요. 참 큰 힘이 됐어요."그들은 왜 '점령'을 선택했나... "99%가 되찾아올 언어, occupy"텐트를 학교 안에 치고 '점령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이며 어떤 효과를 미칠까. 재섭씨의 생각을 들어 봤다.
재섭씨는 우선 오큐파이가 '자본주의' 자체를 지적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운동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의 싸움은 '임금 협상, 해고, 등록금 해결'과 같이 대개 지엽적인 운동이었지만, 오큐파이는 모든 의제를 아우르며 좀 더 상징적이고 큰 규모로 시작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그는 '(오큐파이가 갖는) 언어의 주도성'을 설명했다. 본디 'occupy : 점령하다'라는 단어는 사회의 주도권을 가진 지배계층이 전쟁 등에서 주로 사용하던 어휘였다. 이것을 99%를 대변하는 일반인들이 이용하며 의미를 '전복'시키겠다는 것이다.
"그간 보수계층이 선점해온 언어프레임은 정말 놀랄 정도로 절묘했어요. '망국적 포퓰리즘', '종북', '좌빨'. 다시 생각해봐도 기막힌 어휘입니다. 그에 대한 또 하나의 대항적인 언어로 '오큐파이'를 내세운다는 것, 1%가 사용하던 어휘를 99%가 다시 '되찾아' 온다는 것. 그 언어의 주도권이 갖는 효과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재섭씨를 비롯한 학생들은 19일 이후 지금까지도 텐트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대자보를 붙이거나 유인물을 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성균관대 오큐파이 대학생들의 텐트가 철거당하는 등 어려움이 잇따르는데, 우리는 아는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형편이라 역량 미달을 느낀다"며 막막함을 토로한 재섭씨는 "그래도 앞으로 오큐파이 대학생들의 활동을 더 많이 알려내고, 총학생회나 학내 단체들과 함께 4월부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3월 한 달 동안 우리가 미친 영향은 크진 않았다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의지'는 충분히 확인한 것 같아요. 모두들 이 문제에 공감하고 있고,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 나아갈지 생각하려 합니다. 학생운영권을 좀 더 증가시킬 수 있게 힘쓸 것이고, 설령 텐트를 치지 못한다 해도 계속해서 행동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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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멱살잡고 "텐트 치워"...경희대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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