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기억, 오늘의 강정문화집회를 알리는 웹자보
고대립
며칠 전 육지에 사는 제주사람과 한국 작가회의가 주최하는, '문화집회 : 4.3의 기억, 오늘의 강정'이라는 문화공연 형식의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날마다 구럼비를 발파하는 해군기지 건설 소식에 뒤엉켜, 주민들과 평화 활동가들을 때리고 연행하고, 가두는 소식에 먹먹한 아픔으로 짓눌려 며칠 몇 날을 그렇게 뒤척이며 보냈는지 모른다.
해마다 4월이면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가슴앓이를 더욱 더 심하게 했다. 내 고향 제주는 바람이 많다. 삼다의 섬 제주, 걱정 근심과, 치기어린 마음으로 사회 정의를 위한다고 내달리던 20여 년 전의 내 가슴에 불어대던 가슴 벅찬 회오리 바람, 살을 비집고 비틀어 대듯 울어대는 겨울 삭바람에 두 손을 호호 불어대던 어린 시절, 깜깜한 밤하늘에 집집마다 제삿밥을 날라주며 마냥 좋아라 뛰어다니던 신바람.
하지만, 내 청춘이 비틀리듯, 내 몸을 흔들어대던 그 바람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많이 다른 것들이었다. 제삿밥을 먹기 위해 뛰어다니던 그 신바람은 64년 전, 북촌 초등학교 옆 옴팡밭에 널부러진 시신들 위로, 소개 당하고 쫒겨난 마을 사람들의 울음섞인 피바람이 맹렬하게 타오르며 초가집을 삼켜버리던, 마을을 통채로 삼켜버린 불바다가 지옥처럼 엮여 있었다.
그렇게 바람은 언제나 나에게 혼돈과 고통 그 자체였다.
행사가 열리는 홍대입구 카톨릭 청년 회관 1층 카페 안젤로를 찾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주최측에서 세심하게 붙여놓은 화살표를 따라 청년회관 입구로 들어서니, 인터넷에서 봤던 구럼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었다. 입구로 들어서니 강정 마을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한 평화상단의 물품과 서적, 농산물을 판매하는 매대가 들어서 있고, 벽면에는 신영복 선생님이 써주신 '구럼비 바위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마음을 비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