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들이여 정치하라!

우리 젊은이들도 분노하자, 그리고 바꾸자

등록 2012.04.02 16:03수정 2012.04.0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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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의 시계를 30여년 전으로 돌려본다. 1980년 1월 16일 동아일보에 이런 기사가 실려 있다. "한국(韓國)의 젊은 정치인(政治人)에 많은 기대 걸고 있다." 이 기사 제목은 미국의 '글라이스틴' 주한미대사가 우리나라의 정치의원들과 환담을 가졌을 때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 기사 내용에 따르면 '글라이스틴' 대사는 "한국 관계자들 간에 대화의 결핍 현상이 있는 것 같다"며, "보다 개방적이고 소신있는 한국의 젊은 정치인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을 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첫째, 현 정계에서의 '대화 결핍현상'은 과거 유신체제인 제 4공화국과 전두환 정권이었던 제 5공화국에 비했을 때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둘째, 그렇다면 우리가 기대를 걸 수 있는 '젊은 정치인'은 얼마나 있는가?

 

사실 한국의 청년들은 매우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다. 청소년기에는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보니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청소년 시절을 보낸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그 중 80%가 넘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비싼 등록금에 시달려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의 문은 좁기만 하다.

 

대학을 가지 않은 20%의 현실은 더욱 답답하다. 학력차별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상당수는 암울한 현실을 몸으로 부딪쳐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도 청년들이 겪는 진통들은 정치에 반영되지 못한다. 기득권을 가진 정당들은 선거용 구호로만 '청년'을 이야기한다. '반값 등록금'도 외치지만 진정성은 떨어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청년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당 내부에도 청년들이 설 자리는 없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전달될 통로조차 없는 것이다.

 

뿌리 깊은 기성세대의 정치권 장악

 

새누리당 소속 의원의 평균 연령 57세,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의 평균연령 58.5세. 우리나라의 정치계는 실로 지나친 '장로정치'다. 소속의원들의 고령화는 그만큼 변화를 읽는 데 둔감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치계의 위기를 보는 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 양당 중심의 정당 정치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을 잃었다는 지적은 한결같다. 각 계층을 대표해야 할 정치권이 지역을 토대로 서로 적대적인 의존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 이익 추구에만 빠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성 정당들이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열망을 담아내지 못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진보나 보수의 이분법적 잣대로 포착할 수 없는 삶의 질, 창의적 상상력, 공공성 등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커지는데, 현 정당은 권위는 권위대로 부리면서 약속 안 지키는 아버지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성 정당들은 정당 색에 묻혀 한 주제에 대해 몇 십년간 같은 입장만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새누리당(전 한나라당)이니까 경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해야 돼', '우리는 민주당이니까 국방에 대해서는 이렇게 주장해야 돼' 라는 식이다. 과연 이런 태도로 새로운 정책에 관심을 가질 수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한 가지 짚고 가겠다. 필자가 여기에서 문제 삼고 싶은 것은 단순히 '기존 정당'이 아닌,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는'정당이다.

 

정치계에서 젊은 층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질적인 정치계의 양상으로 인해 젊은 층들이 정계에 발을 딛기 어려운 것이 한국의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귀감을 주는 젊은 정치인들은 존재한다. 김병민 (29·한나라당) 서울 서초구의원은 '구청에서 집행하는 청소년 관련 정책을 50~60대 어르신들이 짜다보니 청소년들의 눈높이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청소년 참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했고 이번 회기에 통과시켰다. 덕분에 앞으로 서초구에서 청소년 관련 예산과 정책을 짤 때에는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혹자가 다른 이에 대해 오랜 시간 깊게 연구한다 해도 그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 스스로가 제일 잘 알듯, 정치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가 아무리 젊은이들을 대변하려고 한들 그것은 한낱 '이해하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치계'에야 말로 다양한 세대들이 공존해야 하는 터전임이 분명하다. 최유진(27·여·민주노동당) 광주 북구의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예산을 쓰더라도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사업을 변경할 수 있다."면서 "20대 의원이라는 것 때문에 지역에서 반값 등록금 등 이슈가 있을 때 현장이나 대학에 초청해 나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많이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젊은 정치인의 사고방식과 경험성이 정치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젊은 정치인들이 정계에 진출하게 되면 세대 간 격차를 줄여 가면서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지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청년 정치인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아온 만큼 변화에 매우 유연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세대를 살았기 때문에 발휘될 수 있는 '참신함'과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들과 함께, 젊은이들의 정치 인력은 정치 생태계를 순화하는 측면도 보여준다. 최유진 의원은 특히 "50~60대 의원들이 정치 초년생 앞에서 좀 더 깨끗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다."면서 "그동안에는 문제인지 몰랐던 부분을 내가 짚어 내고 질문을 하니까 경각심을 느끼고 나의 시각을 많이 이해하려고 해 주신다."고 했다.

 

평균연령이 50~60대인 기초의회에 뛰어든 젊은 세대의 풋풋한 시각이 기성세대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동시에 관행이 만연한 정치계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청년들을 정치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청년들이 정치하고 싶어 하는 사회

 

작년 10월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매우 역동적인 달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선거운동 열기에 흠뻑 빠져 있을 동안 독일에서는 다른 사건이 터졌다. 독일의 해적당이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8.9%의 득표율을 올려 15석의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해적당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20~30대들의 정당이라는 것이다. 해적당 당원들의 평균 연령은 29세이고, 당대표도 20대다. 그래서 해적당은 '청년들을 위한'정당이 아니라 '청년들의 정당'이다. 청년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정당인 것이다.

 

젊은 정치인들을 정치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우리나라 사회도 점차 젊은 정치인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72)은 작년 7월 정치 개혁을 위한 '미래 한미재단'을 만든 바 있다. 이 재단은 젊고 참신한 정치인을 지원함으로써 한국 정치를 쇄신하는 비영리단체로 출범하였다. 김 전 의원은 미국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3선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에게 현실 정치를 교육시키고 금전적으로도 젊은 정치인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전 의원은 "한국 정치의 비리를 줄이고 선진화하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다"면서 "정치에 야심이 넘치는 젊은이들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서구 정치 선진 국가들에 비해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수적으로 적고, 그 태동이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면 청년들의 정치활동을 촉진시켜 실로 다양한 정치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도 분노하자, 그리고 바꾸자

 

첫번째로 청년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선거'일 것이다. 하지만 투표를 권하기에 앞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거 시에 '이슈 바람'에 흔들리지 말자는 것이다. 아직까지 기성세대들에게는 지역 간 감정이나 정당만을 보고 찍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이러한 그릇된 선거문화의 개선은 바로 우리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정한 대학생이라면 최소한 내가 어떤 후보자를 어떤 이유로 지지하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사회운동 혹은 시민단체 활동이다. '오늘날의 20대는 안일하며 현실에 안주한다'는 윗세대들의 비평도 많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도전적인 20대도 생각보다 많다. 청년들의 운동은 그것의 '실현 가능성'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필요성'에 의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청년들이 1인 시위를 하거나 집회 장소에 참석하는 것도 사회 운동의 방법이다.

 

세번째는 정당 내 대학생위원회 활동이다. 정당에 직접 가입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당 내에 대학생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은 대부분 대학생위원회를 가지고 있다. 정당 내에 있는 모임이지만 자치성을 가지고 있어 정당에 대한 지지와 견제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학생, 청년을 위한 정책 연구를 하고 실제로 정당에 제안하기도 한다. 또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모아 발산함으로써 홀로 외칠 때와는 다른, 보다 효과적인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네 번째로 국회 의정 모니터 활동이 있다. 국회 의정 모니터는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주최하는 국정 감사 활동이다. 국회의 전반적인 일 중 특히 국회 상임위원회를 꾸준히 모니터하면서 상임위의 활동 자료를 분석·종합하여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신청은 법률연맹 홈페이지(www.goodlaw.org)의 '봉사활동 신청' 코너에서 받고 있다.

 

"분노할 이유를 발견하는 것은 귀중한 선물이며 분노할 것에 분노할 때 당신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의 일부가 된다. 그 흐름이 우리를 더 많은 정의와 자유로 인도한다. 그 자유는 여우가 닭장 속에서나 맘껏 누리는 자유가 아니다."

 

이 말은 제 2차 세계대전 때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독일 나치에 맞섰던 93세의 프랑스의 '스테판 에셀'의 말이다. 청년들을 정치할 수 있게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청년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질문을 던져본다. 앞으로 한국의 정치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어떤 방법이 맞을까? 누군가 영웅이 나타나서 청년들을 잘 대변해 줄 것을 기다리는 게 맞을까, 아니면 청년들 스스로가 조직화되어서 정치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맞을까? 아무래도 후자가 더 현실성 있는 방법일 것 같다. 이제 한국의 청년들도 자기정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청년층은 분노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 그러한 변화와 기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젊은 세대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변혁을 주도한 것은 젊은 세대였지, 결코 기성세대가 아니다. 지금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낡은 시대의 경륜과 관록보다는 속도감 있는 변화와 창의적인 개혁을 세상은 요구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주도할 수 있는 세대는 젊은 세대라는 것을 명심하자.

2012.04.02 16:03ⓒ 2012 OhmyNews
#젊은정치인 #기성정치 #청년정치 #정치참여 #청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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