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갑 선거구는 새누리당 재선 국회의원인 최구식 의원이 자신의 비서가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연루된 데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새누리당을 탈당하자 격랑에 휘말렸다.
이때부터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는 친여 성향의 예비후보 7명이 표밭갈이에 나섰으나, 정작 새누리당은 뒤늦게 출사표를 낸 박대출 <서울신문> 전 논설위원을 전략 공천했다. 공천 탈락한 예비후보들은 '새누리당 낙하산 공천'을 성토하면서 무소속 연대를 모색했으나 무산됐으며, 권철현 전 산청군수만이 뜻을 접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 선거구에는 이들 두 후보와 함께 야권연대 후보로 나선 민주통합당의 정영훈 변호사와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 온 윤용근 전 도의원, 최구식 국회의원이 가세해 5파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 공천자와 현 국회의원, 전 도의원, 전 군수의 격돌
국제신문, 중앙일보,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박대출 후보가 앞서가는 가운데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통합당 정영훈 후보, 무소속 최구식 후보와 경합을 벌이는 등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선거 3개월을 앞두고 출마 선언을 한 박대출 새누리당 후보는 초반 인지도에서 뒤쳐졌으나, 지난 20일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진주 방문을 계기로 지지율 높이기에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민주통합당 정영훈 후보는 야권연대 후보라는 큰 틀에서 젊은 층을 겨냥한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무소속 윤용근 후보는 재선 도의원을 지내면서 발품을 많이 판 덕택에 높아진 인지도를 지지도로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소속 권철현 후보는 산청군수를 지낸 행정 경험을 내세워 표밭을 공략하고 있으며, 무소속 최구식 후보는 재선 국회의원 동안 다진 조직력을 바탕으로 고정표를 중심으로 한 지지세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최구식 뽑아줄라고 약한 후보 공천했나"
지난 30일 금요시장이 열린 진주시 평거동 간이 장터로 가는 택시에서 기사 권아무개씨(43)는 "요즘 승객들의 선거에 대한 시각은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한 쪽은 최구식 의원을 살려주기 위해 새누리당이 (인지도가) 약한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디도스 특검으로 최구식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요장터에서 만난 한 상인(여, 68)은 "새누리당, 그런 당이 있었나, 한나라당 후보면 최구식 의원을 말하는 것 아이가"하고 반문한다. 다른 상인(여, 65)은 "도의원을 한 윤용근이 낯도 익고 많이 봐서 그런지 맘에 든다"고 말했다.
시장을 나온 50대 아주머니는 "여당 후보를 뽑아 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말한 반면, 20대의 한 대학생은 "새누리당은 절대 뽑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40대라고 밝힌 한 아저씨는 "국회의원은 선수가 중요하다. 진주는 다선 의원을 많이 만들지 못했는데 이번엔 두 곳(진주 갑·을)다 다선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3시께 약속이나 한 듯이 진주 갑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곳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잡기에 나섰다. 봄비가 길가를 적시는 가운데 후보자들은 차량 유세를 짧게 마치고 시장을 보러 나온 시민과 상인들을 직접 만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