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선점을 위해
변창기
"여긴 우리가 현수막 걸려고 지키고 있는데요."같이 간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그 젊은 남자는 "안효대 국회의원 후보(새누리당) 사무실에서 나왔는데요"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같이 간 일행은 길가에 서 있는 기둥에 올라가 현수막을 설치하려고 준비했습니다. 12시 땡, 하면 먼저 설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수막 설치 자리를 선점하려고 이 야밤에 잠도 안 자고 나선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원배 시의원 후보 지지자들이 설치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젊은 그 남자는 계속해서 우리가 선점했으니 달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원배 후보 지지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여기가 당신네 땅이냐"면서 계속 설치 준비를 했습니다.
젊은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습니다. 잠시후 건장한 청년 5명이 왔습니다. 그 중 덩치가 큰 사람이 삿대질하며 "우리가 먼저 선점한 자리"임을 강조했습니다. 김원배 후보 쪽은 이미 현수막을 준비해 간 상태로, 안효대 후보 선거 운동원은 그냥 몸만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쪽과 이쪽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살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효대 후보 선거 운동원으로 보이는 청년들은 대학생이라 했습니다. 그들은 무조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듯이 나이든 김원배 후보 선거 운동원에게 욕을 하며 다른 곳으로 가라 했습니다.
김원배 후보 선거 운동원도 이에 질세라 같이 욕을 하며 맞섰습니다. 안효대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입니다. 김원배는 진보신당 시의원 후보입니다. 서로 다른 성향의 정치성 때문인지 서로 으르렁 거리는 듯이 보였습니다. 저는 김원배 후보 선거 운동원의 부탁으로 가본 거지만 현수막 거는 장소까지도 민감하게 여기는 거 보니, 후보자에겐 현수막 하나 다는 것까지 매우 중요한가 봅니다.
그렇게 실랑이가 계속되고 몸싸움이 일기 직전 안효대 후보 쪽에서 다른 누군가 또 왔습니다. 그 사람은 점잖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사람이 이야기 하자 청년들은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아마도 선대본에서 지위가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