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7일 오후 교내에서 '소통과 공감' 특강을 하고 있다.
남소연
예상대로 이번 안철수 원장의 강연은 강연 전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화제의 방향은 '소통과 공감'이 아니라 '정치 행보'였다. 지난해 9월 청춘콘서트 이후 6개월만의 강연이라는 점에서 기성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중앙일보>는 "안철수 다시 '강연 정치'"라는 문구로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번 강연의 취재 열기는 무척 뜨거웠다. 강연이 이루어지는 문화관 대강당 앞은 경찰과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따로 기자실을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지난주에 있었던 법륜스님의 강의와 김진숙 최고위원의 강의와는 딴판이었다.
사회자들이 기자들에게 과도한 촬영은 자제해달라고 양해를 부탁드렸지만, 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철수 원장이 나타나자 연방 플래시를 눌러댔다.
그리고 강연이 끝난 후 안철수 원장의 강연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안철수 "대선 출마, 선택 아니라 주어지는 것"'(프레시안), '"정치 감당할 수 있다"는 안철수 어떤 선택을'(동아일보), 이와 같은 안철수 원장의 정치 참여 관련 기사 뿐 아니라 '안철수 정치 참여 발언에 안철수硏 상한가'(중앙일보 경제)라는 경제 기사도 나왔다.
모든 언론에서 이러한 각도의 기사를 쏟아내자 즉각 각 포털 사이트에서 '안철수', '안철수 대선 발언'이라는 키워드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로 올라왔고, 트위터와 각 포털 사이트 댓글란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대선 발언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다. '더 이상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정치에 참여해라', '강연 정치 그만하고 제도권 정치에 참여해라' 등등 각 사이트에서는 이번 강연이 안철수 원장의 앞으로의 정치 행보와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자리였다는 전제가 깔린 채 의미 없는 공방들이 무수하게 오고갔다.
그렇다면 실제 안철수 원장의 강연은 어떠했을까? 안철수 원장의 강연은 크게 4파트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로 2012년은 어떤 세상인지에 대해 말하고 그 다음으로 2012년에 필요한 소통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소통의 결과인 공감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소통과 공감을 토대로 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말하는 식으로 강연이 이어졌다. 그리고 강연이 끝난 후 사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묻고 싶은 질문 중 가장 많이 나온 5개를 뽑아 안철수 원장과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1시간 30분 동안의 강연 중 질문에 답하는 시간은 10분 정도였고 학생들의 4번째 질문인 "대선에 출마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에 답한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안철수 원장은 2012년을 '급변', '탈권위', '탈이데올로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사회라고 지칭했다. 그는 일주일만 지나도 모든 것이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수직적이고 하향식 구조의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는 수평적이고 상향적인 사회구조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혼자서는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의 결과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연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공감... "높은 자리 욕망의 대상 아냐"안철수 원장 강연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공감'이었다. 안철수 원장은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에서 소통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자세에 빗대어 소통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자기가 맞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책을 안 읽는 것만 못하다"며 "이는 자기만의 벽을 쌓고 세상과 단절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가 말하는 책 읽는 이유는 "자기의 생각이 틀림을 깨닫고 자기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이며 이것이 소통의 시작이라는 뜻이었다.
그는 또한 전문가와 대중 간의 소통도 말하면서 이 사회의 전문가의 책무도 강조했다. "전문가라는 직업의 책무는 자신의 분야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의 궁금증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 일반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불신 받는 현 사회 전문가 집단의 단면을 상기하게끔 했다.
또한 그는 소통의 결과인 공감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견해를 밝혔다. sympathy(동정)와 empathy(공감)를 나누어 설명하면서, sympathy는 동정으로 즉 '남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에 불과한 반면, empathy는 '남의 아픔을 느끼며 같이 아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지난해 청춘콘서트 당시의 경험을 예로 들며 수직적인 입장에서 가르칠 때는 청중들과의 교감을 하지 못하게 되지만 "위에서 내려와 학생들과 눈높이가 맞춰지면서 미안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학생들이 마음을 열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생과 같이 아파할 수 있을 때가 empathy, 공감의 순간"이었다며 그 당시의 감회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원장은 "2012년 리더십은 소통과 공감을 기반으로 할 때에만 대중의 자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리더십이란 리더가 가지고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나오고 대중이 리더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진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리더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현재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사회 문제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며 "정치는 사회문제를 풀라고 국민들이 소중하고 커다란 권한을 주는 것인데 (그 권한이)
자기들 것인 것처럼 싸우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현 정치인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에게 "높은 자리는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희생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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