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페 그릴로가 쓴 <진실을 말하는 광대> 겉 표지
호미하우스
<진실을 말하는 광대>를 쓴 베페 그릴로는 이탈리아 사회운동가이자 전직 코미디언입니다. 베페 그릴로에 견줄 만한 한국인은 누가 있을까요?
웃기는 것만으로 비교한다면 전성기 때의 코미디언 이주일 정도를 들 수 있을까요? 혹은 정치적 외압을 받아 방송에서 퇴출당하고 공연을 통해 직접 관객을 만난다는 점은 김제동과 비슷할까요?
베페 그릴로의 닮은꼴로 전직 대통령 추모제 사회를 맡은 후 '괴씸죄'로 방송에서 쫓겨난 김제동을 떠올릴 수 있고,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뿐만 아니라 국민을 향해 권력에 '쫄지 마'라고 선동하는 <나는 꼼수다>를 견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언론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시작된 시사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는 10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진실'을 듣는 새로운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나는 꼼수다>의 성공사례를 따라 수많은 시사 팟캐스트 방송이 잇따라 생겨나는 사상 초유의 현상이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이탈리아에서 '베페 그릴로'는 전성기의 이주일과 지금의 김제동 그리고 <나는 꼼수다>를 합쳐 놓은 것만큼 막강한 인물인 듯합니다. 1987년 방송에서 쫓겨났던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6년 만인 1993년 국영방송 '라이(RAI)'에 잠시 출연하였는데, 무려 1600만 명이 시청하는 경이적인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베페 그릴로, 6년 만의 방송 출연... 1600만 명 시청이탈리아 코미디계의 간판스타였던 베페 그릴로가 방송에서 퇴출된 이유는 그가 방송프로그램에서 당시 총리였던 크락시를 조롱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체로 유럽 여러 나라들이 대한민국보다는 표현의 자유가 잘 보장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탈리아의 사정은 그렇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이 일로 베페 그릴로는 방송에서 퇴출당하였습니다만, 크락시 총리는 베페 그릴로가 방송에서 퇴출당한 지 불과 6년 만에 이탈리아 정재계인사 3000명이 연루된 부정부패 사건으로 해외로 도주하였다가 결국 튀니지에서 사망합니다.
1993년 정권에 의해 또 다시 방송출연을 금지당한 베페 그릴로는 그때부터 아예 방송 복귀를 스스로 거부하고 매년 100회가 넘는 국내외 공연을 통해서 대중과 만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관객과 직접 만나는 베페 그릴로의 공연은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한 인기를 누리지만 정작 이탈리아 언론들은 모두 외면해버렸다고 합니다. 오히려 호주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그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MBC 국제시사프로그램 <W>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젊지 않은 나이지만 블로거로서, 사회운동가로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베페 그릴로가 쓴 <진실을 말하는 광대>는 200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부패추방운동인 V데이 운동(Vaffa-day, <나는꼼수다> 식으로 표현하면 '씨바 데이'쯤 될까?), 물, 환경, 교통, 관계, 성장을 주제로 하는 '파이브스타 운동'과 관련 있는 에세이 혹은 칼럼 같은 글들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전화회사는 흡혈귀?이 책에 담긴 많은 글 중에 눈에 띄는 글 몇 편을 골라 소개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탈리아 역시 전화요금이 터무니없이 비싼 모양입니다.
"휴대전화든지 기존의 유선전화든지 전화 사용료는 모두 무료화되어야 한다. 또 통신사에서 멋대로 지정한 전화요금 역시 반드시 제대로 된 가격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실제 이탈리아의 전화 통화료는 무척이나 비싸다."그는 '흡혈전화기'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탈리아 텔레콤이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와 다름없다고 한 표현이지요. 우리나라 역시 사정이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매년 가계 지출에서 휴대전화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끊임없이 늘어 가고 있습니다.
통신회사의 신기술개발과 신규 투자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몫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비싼 요금의 통신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VOIP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여 인터넷을 이용한 공짜전화를 사용하고, 부당한 통화료를 몰아내고 통신회사를 무력화시키자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짜 전화 사용법을 더 많은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한국과 닮은꼴 이탈리아, 토건족이 설치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