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옥' 이름 석 자 적힌 현판..."이 장면 찍어라"

KBS 새노조, 프로그램 제작 외압 담은 <김인규 고발> 동영상 공개

등록 2012.03.27 20:52수정 2012.03.2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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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의 행적을 미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KBS 새노조(이하 노조)가 27일 인터넷에 공개한 <김인규 고발> 동영상이 그동안 KBS에서 프로그램 제작을 둘러싸고 제작진들이 받았던 외압들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인규 고발>에 출연한 한 KBS 교양국 PD는 지난 2010년 1월 31일 방송된 <다큐 3일> '캄보디아 시골마을에서의 3일'편 제작진들이 "서울에서 CP로부터 '어느 장소에 김윤옥씨가 기증한 우물이 있다, 그걸 찍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더라"며 "<다큐 3일>은 3일만 찍고 촬영을 안 하는데...(이런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촬영이 끝나고 국내에서 편집 작업이 이루어지는 중에도 '외압'은 계속됐다. 이 PD는 "우물 풀샷 하나, 우물 중간샷 하나, 아무 것도 없이 '김윤옥' 이름 석 자(만 적힌) 현판이 있었는데 EP(총괄프로듀서)가 '이 컷을 집어넣어라'고 했다"며 "프로그램에 아무런 논리적 연결이 안 되는데도 일주일 동안 (이 장면을) 넣으니 빼니 압력을 엄청나게 받았다"고 덧붙였다.

 27일 KBS 새노조가 인터넷에 공개한 <김인규 고발>의 한 장면
27일 KBS 새노조가 인터넷에 공개한 <김인규 고발>의 한 장면KBS노동조합

결국 김윤옥씨가 기증한 우물 현판을 담은 장면은 방송되지 않았다. 이 PD는 <김인규 고발>에 "그걸 보여준다고 해서 '대통령 부인이 참 훌륭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KBS를 욕보이고 결국은 <다큐 3일>이란 프로그램을 욕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월 노조는 성명에서 이은수 KBS 교양국장에 대해 "2010년 <다큐 3일-캄보디아 시골마을에서의 3일>을 통해 영부인 김윤옥씨의 이름이 들어간 우물을 (가까이 잡는) 타이트샷으로 잡아 방송하려고 했던 '김윤옥 우물' 사건의 관련자"라고 언급했다. 이 국장은 EP시절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 엄기영 전 MBC 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아침마당> 출연을 주도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천안함 논란' 다룬 <추적 60분>에서도 일방적 지시 잇따라


 27일 KBS 새노조가 인터넷에 공개한 <김인규 고발>의 한 장면
27일 KBS 새노조가 인터넷에 공개한 <김인규 고발>의 한 장면KBS노동조합


<김인규 고발>은 KBS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윗선의 지시가 몇 차례 있었다고 주장했다.


먼저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됐던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란은 끝났나?' 편을 제작했던 한 시사제작국 PD는 <김인규 고발>에서 "(천안함을 다루겠다고 했을 때) '왜 굳이 천안함을 다루려고 하느냐'는 말을 들었다"며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제작 과정에서도 여려움은 계속됐다. 이 PD는 "VCR 내용은 '정부의 조사에 문제가 있다, 재조사가 필요하다'였는데 (윗선에서) 굳이 스튜디오 멘트에 '우리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조사를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라는 말을 꼭 넣자고 하더라"며 "그런 걸 가지고 정말 불방 직전까지 갔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인규 고발> 제작진은 "심지어 프로그램 내용을 수정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있었다"며 "어뢰에서 발견된 가리비는 방송 시점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던 사안이었으나 간부들은 해당 취재분의 편집 삭제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0년 말 2주간의 불방 끝에 방송됐던 <추적 60분> '4대강' 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김인규 고발> 제작진은 "내용에 앞서서 당시 데스크 이상의 간부들은 일단 불방시켜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한 PD의 증언을 전하며 이와 비슷한 시기에 김연광 당시 청와대 정무 1비서관이 KBS 기자에게 한 말이 담긴 KBS 내부 문건을 제시했다.

 27일 KBS 새노조가 인터넷에 공개한 <김인규 고발>의 한 장면
27일 KBS 새노조가 인터넷에 공개한 <김인규 고발>의 한 장면KBS노동조합

이 문건에는 김 비서관이 "수신료 좀 분위기가 안 좋다"며 "김두우 기획관리실장도 KBS가 천안함 <추적 60분>에 이어 경남도 소송 관련 <추적 60분>을 하는 등 반정부적인 이슈를 다룬다며 KBS가 왜 그러느냐고 부정적인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김인규 고발> 인터뷰에 응한 시사제작국 PD는 "누가 봐도 당시에 대부분의 제작진들이나 조합 집행부에서는 청와대의 압력으로 인해서 4대강 방송이 불방되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인규 고발> 제작진은 "KBS는 지난 몇 년간 각종 관제특집방송에도 동원됐다"며 "정권 홍보의 장이 되면서 여권 측 인사들도 KBS를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예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열린음악회> <콘서트 7080> 등 KBS 예능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한 사실을 들었다.

이에 대해 <김인규 고발>에 출연한 예능국 PD는 "정작 유명 가수들은 정치색이 있다는 이유로 출연을 못하고 있던 시기"라며 "이 정도 출연은 몇 년간 열심히 노래만 불러도 힘든데, 제가 알기로 그 분은 정치를 열심히 한 걸로 알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당초 <김인규 고발> 동영상은 유튜브와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됐으나 현재 유튜브에서는 KBS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삭제를 요청해 볼 수 없는 상태다.
#김인규 고발 #김윤옥 #천안함 #4대강 #KBS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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