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회피 심리 때문에 만기환급형 보험을 택하는 사람들. 하지만 따져보면 순수보장형 보험이 더 큰 돈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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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론적으로는 순수보장형 보험이 같은 보장임에도 만기환급형보다 훨씬 저렴하다. 당연히 사람들은 순수보장형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은 다르다. 그것은 '손실 회피'라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 때문이다.
손실 회피란 사람들은 이익보다는 손실에 예민하다는 심리적 특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의 분석에 따르면 100만 원을 손해 봤을 때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100만 원의 이익을 얻는 기쁨의 2배라고 한다.
이 심리를 보험 가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보험료를 열심히 냈는데, 아프지 않아 보험금을 못 탈 수도 있다. 순수보장형에 가입했다면 이 경우에 받을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사람들은 이것을 손해라고 생각하고 가능한 회피하려 한다.
그런데 만기에 원금이라도 건지면 그건 보험금를 타지 못해도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보험은 저축과는 달리 확정된 수익이나 이익이 없고 위험이 발생할 때에만 이익이 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낸 보험료을 날릴지도 모른다는 손실을 회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비싸더라도 만기환급형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보험이 만기되면 돌려받는 돈을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이 돈은 따져보면 고객에게 큰 손해다.
앞서 예시로 든 만기환급형 암보험을 보자. 40세 여성이 20년 동안 총 2858만8800원을 내고 80세, 즉 40년 후에 그 돈을 돌려 받는다. 40년 동안 이자 한 푼 없다.
만약 이 여성이 순수보장형을 택하고 만기환급형과 순수보장형의 차액 6만2440원(11만9120원-5만6680원)을 같은 조건으로 저축한다면? 년 5% 이자로 적금을 들면 20년 후 2천6백만 원이 된다. 또한, 년 4% 예금에 넣어 80세에 찾으면 약 5천7백만 원이 된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만기환급형보다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2배 이상 커진다. 다시 말해, 만기환급형을 택한 후 받는 혜택을 따져보면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라 소비"20년 동안 보험료 냈는데 보험금도 못 타고, 만기에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20년 동안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과 엄청난 손해를 봤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손실 회피 심리 때문에 결국 2배나 비싼 만기환급형 보험을 들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매월 돈을 내는 특성 때문에 보험과 저축을 혼돈시킨다.
보험을 저축이 아니라 소비라고 생각해보자. 물건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내게 질병이나 사망 같은 위험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매월 돈을 내고 보험을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건을 사면 쓸 때도 있지만, 안 쓸 때도 있다. 보험도 보험금을 탈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내가 이번 달 보험료를 내 이번 달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했다면 그것으로 보험의 효용은 달성된 것이며 내가 낸 비용, 즉 보험료도 쓸모를 다하고 없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보험을 저축이 아닌 소비로 생각한다면, 같은 보험이라도 당연히 비용이 적은 보험을 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더 적은 보험료는 분명 당신 통장의 현금을 조금은 더 불려주었을 것이다.
내가 보험금을 타지 못했다고 해서, 만기에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손해라고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보험은 일어날지도 모르는 만약을 위해 내가 돈을 지불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이며 소비다. 어쩌면 나에게 보험금 탈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 아프거나 죽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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